산업 IT

알뜰폰 시장서 언락폰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통신비 줄이려 알뜰폰 쓰는데

사업자 유통망은 턱없이 부족

최신 스마트폰 보기도 어려워

최대 사업자 헬로비전도 18종뿐







알뜰폰이 통신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알뜰폰 활성화 덕택에 연간 1조 원이 넘는 가계 통신비가 절감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우체국에서 개통할 수 있게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기존 이통사 대비 영업망이 부족해 가입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통신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기계인 ‘언락폰(Unlocked Phone)’ 구입이 쉽지 않아 알뜰폰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8일 알뜰폰사업자협회와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해 10월까지 열 달 간 알뜰폰 가입자의 가계통신비 절감액을 추산한 결과 9,8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감액은 이통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3만5,791원에 알뜰폰 가입자 ARPU인 1만5,329원을 뺀 후 알뜰폰 가입자 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알뜰폰 가입자가 13만명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연간 절감액은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이통3사가 ARPU 산정 시 회선당 매출이 작을 수밖에 없는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IoT) 이용자 수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알뜰폰 이용에 따른 절감액이 클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통사들이 지금처럼 단말기 유통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는 알뜰폰 시장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휴대전화 품목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최신 스마트폰은 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련기사



실제 국내 최대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판매하는 휴대전화는 3G폰을 포함해 18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오는 10일 출시 예정인 LG전자의 ‘G6’는 물론이고 출시 5개월이 지난 애플의 ‘아이폰7’ 등 인기 폰은 찾아볼 수 없다. 알뜰폰 판매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한 번에 몇 십 만대의 스마트폰을 구입해 주는 기존 이통사들과 거래하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반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많아 봐야 몇 천대 정도만 구매한다는 점에서 단말기 업체로부터 물량을 따내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알뜰폰 이용자들이 언락폰을 구입해 통신요금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약이 많다. 언락폰은 이통사에서 사는 것보다 최대 10만원 더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다. 실제 128 기가바이트(GB) 용량의 애플 ‘아이폰7’은 출고가가 99만9,900원인 반면 애플 온라인 매장을 통해 언락폰으로 구입하면 106만원으로 6만원 이상 비싸다.

국내 상품의 진입 장벽은 더 높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64GB 상품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언락폰 구입창을 찾기 힘든 데다, 언락폰 가격 또한 판매점마다 다르다. 삼성전자 판매점의 한 직원은 “갤럭시S7 64GB의 경우 출고가는 82만1,700원이고 언락폰은 90만 4,000원인데, 64GB의 경우 골드색상 하나밖에 안 남았다”고 답했다. LG전자 또한 오는 10일 출시되는 G6의 언락폰 가격을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일선 대리점이 결정하도록 했다. 때문에 해외 직구 등으로 스마트폰을 조달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출고가는 도매가이고 온라인 스토어 등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소매가이기 때문에 마진이 추가로 붙어서 가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언락폰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통사에서 스마트폰 구입시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갹출해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언락폰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언락폰을 팔 경우 이통사에서 판매할 때와 달리 공시지원금 부담이 없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이통사의 언락폰 가격이 비싼 것은 제조사와 통신사의 담합이 의심된다”며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당분간 언락폰을 둘러싼 마찰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