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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제언] 승복이 法治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어떤 결과 나와도 수용"

朴대통령·대선주자들 냉철한 이성 필요

1015A01 헌법재판소


10일 오전11시, 대한민국의 새로운 운명이 결정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 19대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인용 판단을 하든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든 대한민국은 혼돈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후 90여일 동안 촛불과 태극기의 ‘갈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너는 인용’ ‘나는 기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편을 가르고 서로 미워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광장에는 서로에게 등을 돌리며 삿대질을 하는 비무장지대(DMZ)가 생겼다. 38선 DMZ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이등분하는 ‘탄핵 DMZ’다.

운명은 신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냉정한 머리와 차가운 가슴을 가져야 할 때다. 헌재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법의 지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존립기반인 민주주의를 뿌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도, 태극기를 흔들었던 사람도 모두 애국자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차이가 있겠는가.

광장의 앙금과 미움을 더 이상 확대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깨끗하게 승복하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 信)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 중 하나를 버린다면 군비, 다음이 식량이라고 했다.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다. 이는 촛불과 태극기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이기도 하다. 헌재의 결정을 믿어야 한다.

박 대통령과 문재인·안희정 등 대선주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승복하고 국민들에게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헌재를 비판하거나 태극기 민심을 자극하지 말고 깨끗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여야 한다. 쓸쓸한 이별도 있지만 아름다운 퇴장도 있다는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뭔지 보여줘야 할 때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문재인·이재명 등 대선주자들도 헌재가 기각(각하) 판결을 내리면 광장으로 달려가지 말고 헌재 결정에 따르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적폐 청산이고 시대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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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위정자들에게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대권을 꿈꾸는 대선주자와 정치인들은 이제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우리는 해방공간에서 신탁을 놓고 찬탁과 반탁으로 두 동강 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의 쓰레기는 지금도 대한민국에 곰팡이처럼 기생하고 있다.

이번 탄핵 결정으로 생채기를 덧내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촛불이나 태극기가 아닌 법이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다.

서로에 대한 미움과 반목을 털어버리고 헌재 결정을 계기로 다시 서로를 보듬고 끌어안는 진정한 용기와 관용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110년 전 일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한마음으로 국채보상운동에 동참했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십시일반으로 금을 모은 저력이 있다. 너와 내가 남이 아니라 하나라는 굳건한 믿음과 신념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누란지위(累卵之危)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

나의 세 가지 소원이 모두 ‘독립’이라고 외쳤던 김구 선생이 헌재 결정을 앞둔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나의 세 가지 소망은 ‘승복과 통합’이라고 엄하게 꾸짖지 않을까.

손가락을 끊어 독립운동을 했던 안중근 의사가 부끄러운 지금의 우리를 지켜본다면 “반목과 대립의 끈을 끊어버리라”고 일갈하지 않을까.

탄핵 결정을 놓고 삼지창처럼 갈라진 민심을 모으는 솔로몬의 지혜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헌재 결정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승복하는 국민과 박 대통령, 대선주자들의 냉철한 이성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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