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힘이 더욱 세질 거라고요?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입니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금융제도 개편안에 힘을 실으면서 금융감독원이 ‘속으로 웃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새로 설치해 나누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상전’이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위가 이명박 정부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현재는 야권이 ‘선명성 경쟁’을 위해서라도 금융조직 개편을 밀어붙일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가 꼽은 ‘불안요소’는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독립 기구의 신설이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금감원 역시 둘로 쪼개지는 꼴이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붙여 놔 업무 중첩 문제가 발생했듯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역시 다소 상충하는 가치라는 설명이다. 가능성도 낮지 않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앞세운 공약이 더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다. 실제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의 내용을 담아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선명성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사실 금감원에 남아 있는 ‘박근혜표 조직’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주가조작 엄단’을 선언한 뒤에 생긴 것이 금감원의 특별조사국이다. 특별조사국이 자본시장의 정치테마주 등 특정 테마기획조사를 전담하며 긴급·중대 사건은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신속히 고발 조치하는 등 나름 충분한 역할을 해왔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조사국은 역시 박 대통령 취임 후 생긴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과 업무가 겹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자조단은 올해 말부터는 주가조작 사건까지 직접 챙길 예정이어서 중복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조직개편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금융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