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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4 → 6대5…캄프누의 기적

바르샤, PSG와 챔스 16강전

네이마르 종료직전 2골·1도움

1·2차전 합산 1골차 대역전극

7% 확률 뚫고 10년 연속 8강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9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여섯 번째 골이 터지자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바르셀로나 선수들이 9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여섯 번째 골이 터지자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정치·경제·스포츠 확률분석사이트인 ‘538’은 바르셀로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확률을 7%로 전망했다. 사실 7%도 최악인 상황에 비하면 후해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신흥강호 파리 생제르맹에 16강 원정 1차전을 0대4로 내준 뒤였다. 역대 챔스리그에서 4점 차 열세를 뒤집은 팀은 없었다. 그러나 9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 캄프누 홈경기에는 9만6,2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물론 기적을 바라는 바르셀로나 홈팬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역사상 가장 짜릿한 역전극을 현장에서 목격한 행운아가 됐다.

바르셀로나는 6대1로 승리해 1·2차전 합계 6대5를 기록, 10년 연속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챔스리그는 물론 세계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캄프누의 기적’을 쓴 것이다. 경기에 앞서 미국 스포츠베팅업체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슈퍼북’은 바르셀로나의 진출에 10배의 그리 높지 않은 배당률을 걸었다. 도박사들은 바르셀로나의 저력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얘기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초반까지 3대0으로 앞서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후반 16분 에딘손 카바니에게 한 방을 얻어맞는 순간 희망은 그대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3대1로 쫓긴 바르셀로나는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30분간 3골을 더 넣어야만 했다. 5대1로 이겨 합계 5대5 동률을 이뤄도 원정 득점이 있는 파리가 올라간다.


후반 40분을 넘어설 때까지도 3대1의 스코어는 변함없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추가시간까지 7분간 3골을 몰아넣는 충격적인 막판 반전을 써내려갔다. 후반 43분 네이마르의 오른발 프리킥이 빨려 들어갔고 45분에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얻은 페널티킥을 다시 네이마르가 차넣었다. 5분의 추가시간도 거의 다 흘러간 후반 50분, 마지막 순간의 마법도 네이마르의 발에서 나왔다. 공격 진영 정면에서 절묘하게 찍어 찬 볼을 세르지 로베르토가 발리 슈팅으로 밀어 넣은 것. 9만여 관중은 그라운드로 뛰어들듯 열광했고 일부는 감격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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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의 ‘MSN 트리오’ 중 올 시즌 가장 부진했던 네이마르가 전율의 역전극을 총연출했다는 것도 극적이다. 후반 43분 이후에만 2골 1도움을 올린 네이마르는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10점 만점을 받았다.

이날 2차전을 앞둔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1차전 대패 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올 시즌 뒤 사임 의사를 밝혔고 간판 메시는 구단과의 재계약 논의로 예민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불가능한 미션 앞에 오히려 더 똘똘 뭉쳤다. 메시와 수아레스가 어김없이 한 골씩을 넣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악착같은 침투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바르셀로나는 시종 농구의 풀코트 프레스(전면강압 수비)를 연상시키는 압박 전술을 펼치면서도 지치지 않았다. 1차전 패배 후 변형 스리백 전술로 돌아선 엔리케 감독의 결단도 멋지게 들어맞은 셈이 됐다. 미드필드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세우는 이 전술로 바르셀로나는 거미줄처럼 파리의 공격시도를 옭아맸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기였다. 위험을 안고 공격적인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 믿었기 때문에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경기장에 모인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오늘 경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두 팀,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독일 두 팀이 8강에 선착한 가운데 대진추첨은 17일 열린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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