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시중銀, 제주 부동산 여신도 긴급점검

'사드 보복' 장기화 직격탄 우려

1015A01 제주 대출규모




시중은행이 중국 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활황을 보여온 제주지역을 포함한 전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여신 점검에도 착수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내린 한국관광 제한 조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직접 영향을 받는 요식·숙박업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대출까지 모니터링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한 것이다. 앞서 시중은행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여신 2조원을 집중 점검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중국의 관광보복 조치가 장기화하면 유커(중국 단체관광객)나 싼커(중국 개인관광객)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상가나 중소형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임대업 여신 리스크를 정밀히 파악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 감소로 숙박업과 요식업 매출이 줄면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은 물론 매매가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고위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동산 임대업이 최근 몇 년간 붐을 타고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여신점검이 필요 없었던 제주지역까지 포함해 여신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사계절 관광특수에 힘입어 부동산 호황을 누려온 제주지역 부동산 여신까지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한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파장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인의 일본 불매운동이 4년 정도 지속됐던 것처럼 한중 사드 갈등도 중장기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게 시중은행 내부의 분위기다. 은행들은 수시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대출연장 심사 강화나 담보인정비율 축소 등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부동산 임대업 대출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폭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제주 지역 부동산·임대업 대출액은 지난 2012년 말 3,795억원에서 지난해 말 8,833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전체 산업 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2012년 5.8%에서 7%로 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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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한중간 사드갈등이 제주뿐 아니라 서울 명동과 홍대 등 중국인 관광객과 연관된 지역에서 생겨난 부동산 활황을 급랭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은 국내 투자자와 중국 큰손들의 매입이 잇따르면서 매매가와 임대료가 두드러지게 상승했다”며 “관광객이 뚝 끊기면 기존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포들이 폐점하면서 부동산 가격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역 면세점 등의 매물이 나오는 등 벌써 부동산 냉각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중국에서 마트 영업정지 등 전방위 보복을 당하고 있는 롯데 중국 계열사의 은행권 여신실태 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이 롯데그룹 중국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은 1조2,000억원이다. 여기에 중국계를 포함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이 빌려준 자금 8,000억원까지 합치면 2조원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롯데 중국 계열사들이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은행들의 급격한 자금회수 등이 없도록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김보리기자 buzz@sedaily.co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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