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탄핵 심판의 날...원로들의 고언]"해묵은 '대결의 정치' 끝내고 '공감의 정치' 시대 열어야"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법치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

헌재 결정에 반기드는 사람은 정치인 아니라 선동가

대선주자들, 개개인 득실보다 민심 치유위해 앞장을

사회갈등 무리한 조정·제압보다 토론의 장 마련 필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탄핵정국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면서 정치·사회계 원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국론분열을 끝내고 국민통합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를 둘러싸고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를 통해 해묵은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상대방의 주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감의 정치’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하루 앞두고 국내 정치·사회·법조 등 각계 원로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들은 10일 탄핵심판을 기점으로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통합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둘로 나누어진 사회적 갈등의 상처를 봉합하고 통합으로 이끌어가는 선두에는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15대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 전 의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헌재 결정 이후의 국가적 혼란을 생각하면 매우 걱정스럽다”면서도 “온 국민 모두가 인내와 이해심을 갖고 헌재의 결과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이런 상황일수록 대선주자 모두 개개인의 득실보다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행동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선주자들의 무거운 책임의식을 요구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도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권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탄핵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겠지만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가 적극 나서서 반발세력을 달래고 상호 갈등을 풀어가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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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헌재 결정 승복을 재차 다짐하는 정치권의 대국민약속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탄핵심판 결정 승복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극에 달해 있다”며 “탄핵심판 이후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100만 서명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사법부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탄핵심판 결정 불복운동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물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대국민약속에 동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도 헌재 결정에 대한 정치권의 승복을 촉구했다. 그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선동가에 불과하다”며 “탄핵심판 이후에도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나선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국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탄핵심판 이후에는 대결의 정치가 아닌 공감의 정치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치모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무조건 자기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주장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표면적으로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 격렬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은 생각보다 좁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회 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보다는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갈등을 제압하려 하기보다는 건전한 분열과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기 대선을 통해 선출될 대통령은 치열한 갈등의 과정을 겪은 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서히 우리 사회가 통합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상·빈난새·우영탁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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