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하루 앞둔 9일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일정을 최소화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다면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안 지사가 반등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공개일정 없이 집에 머물렀다. 유력 대선후보로서 탄핵 전 노출을 최소화하며 한껏 높아진 탄핵 찬반 대결구도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정치권은 문 전 대표가 탄핵 인용 이후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조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에서 ‘문제인 대세론’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는 향후 정국이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는 데 있다. 이미 보수단체들은 탄핵 인용 시 불복을 예고하고 있고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권 지지자들이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야권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당 내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공격을 받으면서도 30% 초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캠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 지사는 이날 “탄핵이 인용되면 3일간 공개일정에 나서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연정을 기조로 중도 보수층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하며 역전극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이철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정국은 분노가 컸다면 대선정국은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면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울 만한 후보인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캠프가 넘어서야 할 산은 많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합류하기를 기대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3지대를 키우겠다며 당을 떠났을뿐더러 물리적으로도 문 전 대표를 넘어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또 탄핵 이후 정국이 대결구도로 흘러갈 경우 안 지사에게 일부 유입됐던 보수층이 여권 후보 지지 쪽으로 변심할 가능성도 있다.
단 탄핵 이후 통합을 열망하는 당 밖 지지층이 안 지사에게 몰릴 경우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