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의 대권 시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권을 내놓을 위기에 내몰린 여권의 경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재 선고 결과에 관계없이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고 ‘판 짜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입수한 국무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황 대행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20일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글자가 찍힌 기념시계 900개를 주문·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료는 황 대행의 기념시계 제작 사실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후 야권 소속 A 의원이 직접 총리실에 요청해 작성됐다. ★본지 2월24일자 1·6면 참조
이 자료에 따르면 황 대행은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두 달여 동안 권한대행 명의가 박힌 시계 291개를 우수·모범공무원 표창이나 군부대 방문 시에 활용했다. 황 대행 본인이 권한대행으로서의 활동 기간을 최장 6개월 정도로 상정하고 시계를 주문한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달리 총리의 경우 보통 기념시계에 이름을 넣지 않는데 황 대행은 총리 시절부터 이름 석 자가 선명하게 박힌 시계를 사용했다”며 “황 대행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이른 시점부터 대권 플랜을 가동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인용 후 황 대행이 대권 도전을 전격 선언할 경우 황 대행은 야권 등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야권에서는 황 대행을 항해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 낙인을 찍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외교 및 안보 등에서 국난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정을 놓고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점도 황 대행에게는 도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황 대행으로서는 탄핵 인용보다는 탄핵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날 경우에 보다 마음 편하게 출마를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황 대행은 범여권에서는 압도적인 1위 주자”라며 “헌재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황 대행이 지지층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황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점검했으며 10일 오전에는 일정을 비우고 헌재 선고를 지켜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