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朴대통령 탄핵] 盧·朴 운명 가른 ‘법익형량의 원칙’...둘다 법 어겼지만 국가적 피해정도 판단

2004년 5월14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읽은 결정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와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은 기각했다. 13년 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읽어내린 결정문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 위반을 나열했다. 결과는 ‘파면’이었다. 둘 다 법을 어겼지만 노 전 대통령은 위반 정도가 사소했고 박 전 대통령은 중대했다고 봤다는 점이 달랐다.

헌재는 2004년 탄핵을 기각하며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면 피청구인(노 전 대통령)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법익형량의 원칙은 어떤 법을 행했을 때 얻는 이익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헌재는 대통령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거나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파면이라는 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법익형량의 결과는 달랐다. 헌재는 그가 공무원 임용권을 남용했다거나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여부 역시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최순실씨를 국정에 개입시키고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중대하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헌법학자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탄핵은 형사재판이 아닌 징계인 만큼 실제 법을 어겼는지보다는 대통령이 연루된 법 위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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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과정도 사뭇 달랐다. 헌재는 2004년 3월12일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접수 뒤 기각 결정까지 63일간 재판을 7번 진행했다. 지난해 12월9일 접수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91일이 걸렸고 17번의 재판을 거쳤다. 또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심판기간 동안 헌재 재판정에서 막말을 내뱉고 탄핵 반대 시위에 참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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