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부터 명동 상권은 줄어드는 유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사드 배치 작업이 본격화 되고 보복이 현실화 된 지금 명동 상권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드 배치 작업이 본격화 된 이후 9일 기자가 찾은 명동 상권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유커가 근래 들어 더 눈에 띄게 줄면서 이면도로에서는 문을 닫은 점포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명동 메인 거리를 오랜 기간 지켜왔던 도너츠 매장은 유커 등 인파 감소로 ‘인형 뽑기방’으로 바뀌기도 했다.
명동 메인 거리는 여전히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형 업체들의 화장품 가게들이 성업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중국어보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더 자주 들려 왔다는 점이다. 간간이 태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동남아나 일본 고객이 늘어서라기 보다 대다수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명동 메인 거리에는 사람이 좀 있었지만 바로 옆 골목으로 빠지면 얘기가 달랐다. 주로 의류 브랜드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던 명동 뒷골목에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였다. 이날 기자가 명동 인근에서 확인한 것만 9개의 매장이 폐점 상태였다.
한 골목에는 한 집 걸러 하나씩 매장 3곳이 문을 닫은 경우도 있었다. 이 세 개 매장 가운데는 유명 청바지 브랜드인 ‘게스’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두 집은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된 듯 간판의 흔적도, 남은 제품도 없는 상태였다. 명동 유니클로 인근에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던 패션 편집숍도 문을 닫고 임대 딱지를 붙여놨다.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 있던 삼성물산패션 남성복 편집 매장 ‘삼성패션’은 지난 연말 문을 닫은 이후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의 인기 쇼핑 아이템이었던 화장품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명동 거리 중앙에 있는 마스크팩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도 다른 신생 화장품 매장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중국인들이 캐리어 한 가득 마스크팩을 사갈 정도로 인기를 끌던 메디힐 매장도 고객들이 없어 한산했다. 오랫동안 명동 중심에 자리했던 터줏대감 던킨도너츠는 얼마 전 ‘인형 뽑기방’으로 바뀌었다.
‘깃발부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대기장소로 꼽히는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앞도 썰렁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버스 승하차 장소인 이곳은 낮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중국인들로 붐볐지만 오후임에도 단체 관광객의 수는 많지 않아 보였다. 특히 무리를 인솔하는 가이드의 깃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플라자 인근에 위치한 커피숍과 편의점도 중국인들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이 갑자기 줄었던 2011~2012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틈을 빠르게 메꿔줬지만, 지금은 중국 관광객을 대체할 다른 관광객이 없는 상태”라며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고객이 줄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윤선기자·이지윤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