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도봉순’이라는 제목과 메인 포스터부터 드라마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분)이 세상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똘끼충만한 안민혁(박형식 분)과 정의감에 불타는 인국두(지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로, 여주인공 도봉순의 괴력이 극중 문제의 해결책 역할을 한다는 것.
이는 보통의 한국 드라마에서 관습적으로 그려진 ‘보호 받는 여성’과 완전한 차별점을 둔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최근까지도 ‘여자=나약한 존재’ 혹은 ‘여자=남자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된 작품이 태반이었다. 소위 ‘신데렐라형’, ‘캔디형’에 의존한 상투적인 이야기를 완전한 틀로 여겨왔다.
타고난 신체구조상 여자가 물리적인 힘을 남자보다 발휘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나 ‘힘쎈여자 도봉순’은 이러한 개념조차 비틀어 ‘고정된 성역할’로 잘못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핵심으로 자리함에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지금까지 가슴 깊은 곳에 묵어있던 공감이 통했다는 것은 아닐까. 이는 최근 드라마, 영화 등에서 판타지 장르가 유독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마블, DC 히어로가 사랑받는 현상 역시 일맥상통하다.
그러고 보면 ‘도봉순’ 캐릭터는 현재 어지러운 대한민국 상황에 돌파구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영웅’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귀엽고 작은 체구의 여자’라는 반전 요소가 흥미를 유발함은 물론이다. 이 복합적인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배우로 박보영은 안성맞춤이었다. 박보영은 매회 귀여운 외형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다가도 정의감을 갖춘 괴력의 히로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간극 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한다.
드라마 첫 회부터 집안 대대로 모계 혈통으로 이어진 ‘괴력’을 물려받은 박보영은 불의에 참지 못하고 장정인 깡패들에 맞서 싸운다. 불량 청소년에 붙잡힌 학생을 구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장면들에서 대기권까지 건달을 날려 보내고 불량 청소년의 신발을 찢어버리는 과장된 연출이 신선하고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 도봉순이 아인소프트 CEO 안민혁의 보디가드가 되고, 도봉동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끔찍한 연쇄 여성실종 사건의 목격자로 활약하니 시청자들이 자처해서 응원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히어로’가 부재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힘쎈여자 도봉순’은 시청률 공약 실천마저 ‘도봉순’답게 이행해 눈길을 끈다. 박보영, 박형식, 지수는 제작발표회 당시 첫 방송 시청률 3% 돌파 시 귀갓길 지킴이와 프리허그를 공약한 바 있다. 1회 만에 3.8%를 차지해 지난 8일에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박보영이 먼저 임원희, 김민교와 함께 사연 신청자를 선정해 귀갓길 지킴이 공약 이행에 나섰다. 이어 박형식, 지수는 화이트데이인 오는 14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프리허그 및 귀갓길 지킴이에 나설 예정이다.
무너진 피그말리온 효과에 좌절한 국민들에게 도봉순이 뿜어내는 긍정 에너지는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까. 앞으로 펼쳐질 도봉순의 씩씩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