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朴대통령 탄핵] 국정공백·혼란 심화 우려...국회가 '협력의 정치'로 중심 잡아야

추락이냐 도약이냐...시험대 선 대한민국

국회선진화법 악용·세결집 선동정치 더이상 안돼

일정 보이콧·길거리 대결 아닌 '화합·대화' 절실

외교·국방분야 등은 정파 뛰어넘는 협력으로 가야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상생의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많다. 사진은 지난해 6월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의원선서를 하는 모습이다./이호재기자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상생의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많다. 사진은 지난해 6월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의원선서를 하는 모습이다./이호재기자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험대 앞에 서게 됐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양 진영의 긴장감이 헌재 선고로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의 혼란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공백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회는 지금까지 분열과 정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정치권은 늘 ‘일하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뿐 상대 당을 적대시하며 정쟁에만 몰두했다. 국회가 지금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식물국회’라는 꼬리표를 떼고 상생의 정치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악용된 선진화법, 법안은 수년간 소위에 묵혀=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자며 탄생한 국회선진화법은 오히려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들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합의 없이는 다음 과정으로 넘길 수 없는 선진화법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개혁 4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비스법은 박근혜 정부가 우리나라의 뒤처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내세운 정책과제였다. 하지만 여야는 의료 분야를 두고 수년간 줄다리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고 아직 해당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노동개혁 4법 가운데 일부는 지난 2월 국회 때 이견을 좁히며 처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다른 법안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탓에 노동법 처리는 끝내 불발됐다.

◇보이콧·길거리 정치로 국회는 ‘개점휴업’=선진화법과 함께 정치권의 보이콧 문화도 개점휴업을 부추기는 고질병이다.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여야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일정 전면 보이콧’을 밥 먹듯 선언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19대 국회 하반기는 개점휴업을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난항을 겪자 국회 일정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기존 입장만 고수하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재난에 가까운 세월호 참사의 대응책 마련은 지연됐고 보다 못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를 설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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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정치는 20대 국회 시작부터 벌어졌다. 새누리당이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문제 삼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취임사에 반발하며 등원을 거부했다. 집권여당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의 보이콧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 문제 등 안보위기 속에서도 계속됐다.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할 때마다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길거리 정치’도 상생을 방해하는 요소다. 정치권 스스로 논의과정을 거쳐 타협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대의민주주의 역할을 부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동정치 멈추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전문가들은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국회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정치권이 세 결집을 위한 선동을 자제하자고 충고한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권은 시위 현장에서 분출되는 일반 국민의 ‘정치적 스트레스’에 편승할 게 아니라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경제·안보위기가 한꺼번에 닥칠지 모르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여야의 초당적 협력도 필요하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는 물론이고 대선 전에도 여야가 고용창출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민생법안은 속히 처리하는 게 맞다”며 “이미 배치가 시작된 사드에 대해서는 이제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 역시 “조기 대선을 치른다고 국회 문을 서둘러 닫지 말고 일을 좀 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외교·국방 분야만큼은 정파를 뛰어넘는 ‘협력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나윤석·류호·김기혁기자 nagija@sedaily.com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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