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올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제과(004990)를 설립한 후 50년, 일본 롯데를 설립한 지 70년 만이다.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달 롯데쇼핑(023530)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신 총괄회장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임기 연장에 관한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롯데쇼핑뿐만 아니라 26일에는 롯데건설 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5월에는 롯데자이언츠, 8월에는 롯데알미늄 이사 임기도 종료된다.
신 총괄회장의 퇴진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애초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다. 지난해 3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이사직을 43년 만에 내려놓았으며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사내이사직에서도 49년 만에 내려왔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이사직에 올라 있는 주요 계열사는 한 곳도 없게 된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지난 1999년 이사명단에서 빠졌고 롯데푸드(002270)는 2007년, 롯데정보통신은 2013년에 이사직에서 퇴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건강 문제가 있어 지난해부터 계열사 임기 만료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장 50년에 가깝게 회사 경영에 몸담은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수백억원으로 예상되는 퇴직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뀐 롯데그룹의 퇴직금 산정 기준에 따라 이번에 이사직을 내려놓는 롯데쇼핑의 경우 1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1978년 이사로 취임한 롯데건설의 퇴직금도 50억원에 달하고 롯데알미늄에서도 7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3개사 퇴직금만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퇴직금은 정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이사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명예직에 가까운 미등기임원으로 여전히 이름을 올려두고 있어 완전히 퇴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이사직을 내려놓는 4개 계열사도 이전과 같은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룹 안팎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회사에서 완전히 퇴직한다고 해서 퇴직금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여러 차례 사재를 출연했다”며 “굳이 퇴직금을 받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롯데기공과 푸드스타 등 자금난을 겪는 5개 계열사에 주식 28만800주를 무상증여했으며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1,000만달러가량의 개인재산을 출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