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서비스산업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비를 지난 10년간 3배 넘게 늘렸지만 관련 산업의 질적 성장과 수출 확대 등 파급효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혁신적인 서비스 상품도 잘 나오지 않아 서비스업 육성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비스업 R&D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기준 59.7%를 차지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서비스업 종사자는 69.7%에 달한다. 현대연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부가가치와 취업자 비중이 선진국들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R&D 투자는 2005년 1조3,000억원에서 2014년 4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13.9%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율은 최근 둔화되는 추세다. 2005~2009년 20.2%였다가 2009~2014년은 9.2%로 낮아졌다.
투자 분야로 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서비스업 투자액 가운데 정보통신 분야 투자 비중이 49.6%에 달했다. 이는 독일(44.8%)과 이탈리아(42.5%), 일본(36.8%)은 물론 프랑스(25.6%), 영국(24.5%)에서도 높다. 반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투자 비중은 26.4%로 일본(54.6%), 독일(45/3%), 영국(60%), 프랑스(58.8%)보다 낮았다. 특히 서비스업 연구개발 투자는 9%로 비교대상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정보통신 분야 서비스업에 집중 투자했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업 수출액은 36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3.7%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5.2%)과 프랑스(6.9%)는 물론 독일(11.3%)보다 낮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수출은 경우 수출액 191억7,000만달러로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작았다. 특히 이 분야 적자규모는 108억1,000억달러로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의 68.8%를 차지했다. R&D를 집중 투자한 분야는 수출이 크게 늘지 않았고 투자 비중이 작은 분야는 적자 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혁신 성과도 낮았다. 서비스업 가운데 신상품과 개선상품 출시, 프로세스 혁신 등은 제조업에 비해 낮았다. 서비스업체의 신서비스 출시율은 2009~2011년 4%에서 2011~2013년 2.5%로 줄었다. 같은 기간 개선 서비스 출시율도 4.3%로 정체됐다. 이는 제조업 신제품 출시율(6.6%·2009~2011년, 7.9%·2011~2013년)에 비해 미흡하다. 특히 한국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의 비중은 1.4%로 비교 대산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11년 9,400만원이던 서비스업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는 2014년 기준 8,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제조업의 40.4%(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서비스업 연구원 1인당 연구비와 제조업 대비 비율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 때문에 활력과 혁신을 잃어가는 서비스업 R&D 제도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현대연은 조언했다. 안중기 현대현 선임연구원은 “경제의 서비스화에 대응해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확대와 연구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민간부문이 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세제와 금융지원을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서비스산업 세부 업종별로 진입 또는 행위규제 때문에 R&D 투자가 지체되는 부문을 파악하고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하거나 동영상 불법 다운로드 받는 등 서비스업 R&D 성과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