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해야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은 필자가 대한변호사협회 제49대 협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사업 중 하나다.


당사자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에서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당사자가 변호사 없이 재판을 진행하다가 불이익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형사사건에서와 같이 민사소송에서도 일정 사건의 경우 변호사에 의한 변론을 의무화해 실질적인 당사자의 평등을 실현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도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에 대한 몇 번의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변호사 인력이 부족하고 소송구조제도가 불완전한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현재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매년 1,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고 소송구조제도 또한 점차 확충되고 있어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이미 독일·프랑스 등 다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그 타당성과 실효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변호사의 변론이 의무화될 경우 승소 가능성 없는 사건을 변호사가 사전 검토해 거를 수 있고 변호사가 법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원활한 재판 진행 및 심리의 충실화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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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갖춘 변호사가 심리에 참여함으로써 법관의 부당한 권위의식과 처우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고 법률지식이 없는 당사자가 각종 절차규정을 준수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당사자 이익 관점에서도 효용이 크다.

다만 모든 당사자가 변호사 보수를 부담할 정도의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서는 법률보험제도 도입 등 당사자의 변호사 선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체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 대법원 상고심 혹은 고등법원 사건 등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단계적 실시’를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그 이념적 기초로 한다. 따라서 이는 특정 집단 혹은 기관의 이해관계보다는 국가의 사법시스템 향상 및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실질화라는 측면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

종전에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가 도입되지 못했던 제도적 여건의 미비는 이제 대부분 보완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가 결코 강제되는 의무나 부담이 아닌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사법적 권리의 실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도입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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