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하고 15일 일정을 통보하기로 했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대선 전 ‘조속 수사’를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특수수사본부 핵심관계자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수사 일정과 관련해 “소환 통보 날짜를 내일(15일) 정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게 되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음 주 초 소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소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혐의와 관련해서는 ‘1기 특수본’이 정했던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인지, 특검이 정한 뇌물수수 혐의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할 경우 일정과 조사 방식 등을 미리 조율하지 않고 검찰이 정한 대로 통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해 조사하기보다 검찰이 주도권을 잡고 성과 위주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불소추특권이 사라져 검찰 조사에 불응할 명분도 없는 상태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의 조사 일정 조율을 묻는 질문에 “저희가 통보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저희가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대기업들의 ‘자금 상납’에 대해 검찰 1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박영수 특검은 뇌물수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같은 행위를 두고 다른 혐의를 적용한 터라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날 최순실씨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여부에 대해 “다음 주까지 입장을 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농단과 이권 추구를 방기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수백억원대 지원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1기 특수본과 특검은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추진했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
검찰의 조속 수사 방침은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점에서 가급적 빠르게 수사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초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대선 이후에 수사하기에는 여론 부담이 크고 자체적으로 일정을 정해 천천히 수사하면 ‘정치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지기 전인 이달 중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해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면서 검찰의 부담도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강한 결속력을 보이면서 검찰 수사에 저항하거나 정치권의 비판여론이 커질 경우에는 수사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검찰 수사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나서는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