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화 외적인 이슈는 물론 영화 내적인 이야기에서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 분)과 사랑하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가 독일과 강릉에서의 방황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홍상수 감독은 이에 대해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홍상수 감독 자신과 김민희의 관계를 빗대어 풀어내는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라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명백하게 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런 홍상수 감독의 주장과는 별개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극 중 상원(문성근 분)과 영희(김민희 분)의 관계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을 지우고 보기란 불가능하다.
영화적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최근 몇 년 동어반복의 틀에 매달려 제자리 걸음을 하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가 목격되는 영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무수한 동어반복을 통해 지리멸렬한 삶을 담아내던 것에서 벗어나, 한 발 앞으로 전진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김민희가 연기한 여배우 ‘영희’의 존재감이다. 독일에서 “난 안 기다려요”라며 애써 불륜상대인 상원(문성근 분)을 기다리지 않는 듯 행동하면서도 상원을 기다리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영희’는, 강릉으로 가면서 “사랑받을 자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술에 취해 목소리를 높이며 상원과의 관계로 상처받은 자신을 돌이키고, “전 폭탄이잖아요. 주위 사람들 망가트리잖아요”라고 상원의 면전에 대고 외치며 불륜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상원과의 관계도, 여배우로서의 자신의 위치도 다시 한 번 세워보려고 노력한다.
이런 ‘영희’의 변화는 곧 홍상수 감독의 변화이기도 하다. 김민희와의 불륜설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작가로서의 명예가 무너졌던 홍상수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지리멸렬한 일상의 반복과 과거에의 집착을 떨쳐버린다. 홍상수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김민희와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적인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동어반복의 함정을 벗어나 미래를 보기 시작한 홍상수 감독의 이런 변화에는 분명 ‘불륜’이라는 편견을 벗고 김민희와의 ‘열애’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홍상수 감독의 현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영화의 내용이 어떻든간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을 담아낸 ‘자전적 영화’로 관객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영화로 봐주길 원하지만, 영화를 둘러싼 대중의 시선은 홍상수 감독의 바람처럼 그렇게 자비롭지 못하니 말이다.
그래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이라는 사건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정체됐던 홍상수 감독이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변화의 계기가 설령 김민희와의 불륜으로 인해 홍상수 감독의 삶의 궤적이 크게 틀어지면서 만들어낸 나비효과일지라도 말이다. 3월 23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