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농식품부 불도저식 가격 압박에 치킨업계 '황당'

정부는 생계 기준 원가 계산... 업계는 가공육으로 원가 계산

업계 대부분 국산 닭고기 고집... 수입산 들어와도 소비자 신뢰 때문에 마음대로 못 바꿔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 조짐에 국세청 세무조사 카드까지 꺼내며 으름장을 놓자 치킨업계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가 비중을 가공육이 아닌 생계 기준으로 계산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이 선호하지도 않는 수입육으로 수급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AI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치킨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고 큰소리만 치고 있다는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치킨업체들은 닭고기 생산업체와 1kg당 1,600원 내외로 미리 연간 계약해 고기를 제공받고 있으므로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 밖에 안 돼 조류인플루엔자(AI)를 핑계로 가격 인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수입산 닭고기 관세를 한시적으로 0%까지 떨어뜨려 닭고기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가격 인상을 강행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국세청 세무조사라도 의뢰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치킨업계는 정부가 왜곡된 데이터를 근거로 그야말로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선 생계를 기준으로 원가를 10% 내외로 계산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치킨업체들은 생계가 아닌 가공육을 구입해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중간 크기 생계 가격은 1kg당 2,390원이지만 가공육 9·10호 가격은 4,077원으로 2배 가까이 차이 난다. 닭 한 마리를 평균 1kg으로 봤을 때 BBQ의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이 한 마리에 1만6,000원, 교촌치킨의 교촌오리지날이 1만5,000원, BHC의 맛초킹이 1만7,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공육 기준 원가율은 24~27%에 이른다. 더욱이 넓적다리, 날개 등 부분 가공육 가격은 각각 6,722원, 7,923원으로 원가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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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 검토를 온전히 AI 때문으로 진단하고 닭고기 수입으로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초 이달 20일 이후부터 8년만에 가격을 올리기로 한 BBQ를 비롯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던 다른 업체들도 원가 압박보다는 그동안 누적된 인건비, 임대료, 배달 앱 수수료 압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또 국산 닭고기 마케팅에 치중한 업체도 많고 수입산을 썼을 때 잃을 소비자 신뢰를 감안하면 하루 아침에 정부 대책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I 대응에 실패하고 연쇄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하지 못한 건 정부인데 애먼 기업과 시장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A업체 관계자는 “치킨업체들이 탈세, 불공정거래를 한 것도 아닌데 가격 통제는 물론 세무조사 얘기까지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잘못된 데이터를 쓰면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까지 간섭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대다수 치킨업체는 가공육만 쓰기 때문에 원가는 가공육으로 계산하고 소비자 신뢰 때문에 수입육은 못 쓴다”며 “치킨업계가 가격 인상을 고려한 건 AI 때문이 아니고 오랫동안 누적된 고정비 상승 압박 때문”이라고 답답해 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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