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태도에 말들이 많다. 대응이 저자세라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정부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에서도 묻어난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자국 여행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지난 3일 관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하나 내놓았다. ‘문체부, 사드 관련 중국시장 긴급 점검회의 개최’라는 제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보도자료에는 ‘사드’라는 말이 한 마디도 없다는 것이다. “3일 최근 한류 콘텐츠 및 방한 관광객 제한 등과 관련된 중국 시장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에 그쳤다. 제목에 있는 언급이 정작 본문에는 없다.
실수는 아닌 듯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피해 기업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최근 행태가 사드 보복은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인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관련 금융지원 방안’에서도 중소기업을 돕는다면서 정작 사드라는 단어는 뺐다.
이것들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의 입장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서울시는 7일 ‘서울시, 관광업계와 협력해 사드 파고 돌파 해법 모색’이라는 자료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것과 관련, 7일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갖고…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분명히 사드를 적시했다.
정부가 사드라는 용어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정부 간 협의의 어려움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보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상품 배척은 중국 인민의 자발적인 의사라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한국 정부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화·관광업계에서는 오히려 다른 쪽으로 의심한다. 정부가 우리 피해 기업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라는 것. 만약 최근 중국의 보복과 사드가 관련성이 있다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한국 정부가 기업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
‘사드를 사드라고 말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에 항의도 못하고 적절한 대책도 없이 엉거주춤한 상황이다. 15일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제한이 시행되고 보복은 문화산업을 넘어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