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떠나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M&A실탄 충분히 마련해 뒀다"

韓회장, 오는 24일 임기 종료

6년간 맡으며 리딩뱅크 도약 뿌듯

신한사태는 봉합 새출발 해야

퇴임 뒤 신한금융 고문 맡아

47년 뱅커 경험 후배에 전할것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시간이 있을 때마다 당부하는 말이다. 9년 연속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1위라는 승자의 함정에 빠져 자칫 자만해질 수 있음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1년 3월 취임한 한 회장은 오는 24일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 상징적인 자리로 통한다.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1위를 차치하더라도 ‘신한이 하면 다르다’는 신한의 문화에서 나오는 힘 때문이다. 신한 사태 이후 조직을 추스르고 ‘따뜻한 금융’을 앞세운 신한의 정체성을 만든 일등공신이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임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드물다.

‘3년 연속 당기순익 2조원 돌파, 지난해 6년 만의 최대 실적.’ 신한금융의 화려한 재무성과다. 한 회장은 지난 6년간 꾸준한 수익을 통해 향후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실탄을 마련한 것을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로 꼽았다. 한 회장은 “6년 동안 3조1,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고 8조원을 유보해 전체 11조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면서 “후임자들이 M&A와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적 뒷받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당시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보험 등 비은행 이익 비중이 6대4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로 꼽혀왔기에 그동안 M&A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지 않았다. 한 회장은 이제는 자금 보유로 M&A 시장에서도 큰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루라도 임기를 더 늘리기 위해 정관을 고치는 등 꼼수가 아닌 최고의 자리에서 떠날 때를 아는 한 회장의 행보는 금융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014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지난해 주주총회까지 그는 누누이 3월 임기 종료를 스스로 예고했다. 한 회장은 2011년 취임 초 곧바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은 회장 임기를 만 70세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혹자들은 한 회장이 스스로 ‘만 70세 임기룰’에 빠져 임기를 자승자박한 것 아니냐고도 한다. 하지만 한 회장은 이에 대해 “후임자를 잘 선정해서 내가 만든 제도를 직접 시행해보는 것도 나의 로망이었다”면서 “지주 회장을 거쳐 고문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금융권에서 아직 많지 않은데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1948년생인 한 회장은 이 규정에 따르면 임기가 1년 8개월 남은 셈이다.


‘따뜻한 금융’은 한 회장이 꼽은 가장 보람있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한 회장은 “신한의 당초 가치인 ‘새롭게·알차게·따뜻하게’에서 따뜻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 따뜻한 금융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자신의 본업인 금융을 통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치라고 생각했다”면서 “초기에는 직원들의 이해도 낮았지만 이 가치를 내 건 후 수정자본주의와 같은 흐름이 나오면서 점점 힘을 싣게 됐다”고 말했다. 후임자가 가장 지켜줬으면 하는 가치로도 ‘따뜻한 금융’을 꼽았다. 그는 “지금 정기예금금리가 1%대에 머무는 시대지만 외국은 자산운용상품이 5~8%대 상품도 나온다”면서 “전통적인 은행원이 하던 것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신한이 하니 다르더라는 것을 전파하는 것이 진정한 따뜻한 금융”이라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에 대한 당부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라. 그리고 따뜻한 금융을 통해 늘 지속가능한 금융을 만들어라”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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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장은 신한 사태에 대해 “신한 사태 이후 취임해 신한은 내부 조직적으로 화합했고 법률적으로 도 마무리됐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아직 남아 있다”면서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하는 마당에 과오를 따지면 화합보다는 분열로 가기 때문에 신한을 사랑하는 선배라면 각자가 내려놔야 하고 그게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라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어 “스톡옵션 등 구체적인 것을 얘기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옳지 않고 새로운 이사회 3명이 교체되면 진지하게 토론해서 감성적인 것도 해결했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 회장은 퇴임 후 그동안 47년 금융경험을 노하우로 신한금융 고문을 맡는다. 신한금융이 고문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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