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특허 방어 전략 강화하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 美 밀란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 권한 부여해

치열해지는 시밀러 개발 경쟁 속 후발 주자들에게 악재되나 촉각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리지널 제약사가 아예 바이오시밀러 기업과 손을 잡고 시장 방어에 나선 글로벌 첫 사례가 등장했다.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기반의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 13일 미 제약사 밀란에게 자사의 블록버스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주요 시장에서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다만 권한의 발효가 언제부터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밀란은 특허 소송 등의 비용 낭비 없이 일본, 브라질,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그 대신 밀란은 조만간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청구할 예정이었던 2건의 특허무효심판을 철회하기로 했다. 로슈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독점 창구를 밀란에 열어줌으로써 허셉틴 오리지널의 독점 판매 기간을 당분간 연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형태의 합의는 기존 제약시장에서도 종종 발견되던 ‘위임형 복제약(Authorized generic)’ 전략과 유사하다. 특허가 풀리면 복제약 기업들의 공세로 매출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특정 기업 한 곳에만 특허 만료 전 복제약 발매를 허용함으로써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다. 다만 이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도 적지 않은 매출 타격을 입기에 강력한 특허로 보호받는다면 굳이 이 전략을 취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로슈의 이번 선택은 그만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의 공세가 심화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로슈에게 연간 수십조 원 수익을 가져다줬던 블록버스터 항암제 ‘아바스틴(연매출 8조5,000억원)’과 ‘허셉틴(7조7,000억원)’,‘리툭산(약 8조원)’은 모두 바이오시밀러와의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는 올해 2월 셀트리온이 ‘트룩시마’라는 이름으로 유럽 판매 허가를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아바스틴 역시 암젠과 엘러간 연합이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판매 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1월 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밀란을 필두로 암젠-엘러간, 화이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이 앞다퉈 개발 중이다.

관련기사



로슈와 밀란의 이번 합의에 따라 밀란은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먼저 발매하는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후발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의 타격도 적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제네릭(화학의약품의 복제)과 달리 제품마다 제조공정에 따라 품질·가격 등에 차이가 크기에 후발 주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은 성분이나 효과가 워낙 똑같아 시장 진입 기간에 따라 점유율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지만 바이오시밀러는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며 “후발 주자라도 가격이나 품질이 뛰어나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 만료 직면한 주요 바이오의약품들

제품명 판매사 특허만료(유럽/미국) 2017년 예상 매출액 치료 적응증
휴미라 애브비 2018/2016 176억 달러 자가면역질환
(류머티즈 관절염, 크론병 등)
리툭산 로슈 2013/2018 75억 달러 혈액암
아바스틴 로슈 2022/2019 72억 달러 폐암, 난소암 등 고형암
허셉틴 로슈 2014/2019 69억 달러 유방암 등 고형암
레미케이드 존슨앤존슨 2015/2018 59억 달러 자가면역질환
엔브렐 암젠 2015/2029 58억 달러 자가면역질환
란투스 사노피 2015/2015 52억 달러 당뇨병
*자료=이벨류에이트파마

김경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