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지주사 전환 예정대로"…삼성 지배구조 개편 수면 위로

이상훈 CFO "주주가치 최적화안 검토"

미뤄놓은 임원 인사도 3~4월 단행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아랑곳없이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상법개정안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다시 속도가 붙어 오는 5월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4월 중 계열사별로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등 삼성의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14일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과 관련,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검토하고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해외주주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 방식은 콘퍼런스콜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9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 최적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검토되는 대로 주주 여러분께 빠른 답변을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대폭 강화된다. 삼성전자가 검토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은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인데 두 개의 회사로 나눠지면 현행법상 삼성전자는 보유 중인 자사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18% 정도지만 약 13%의 자사주 의결권을 더해 지배력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것도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 기능 중 일부가 지주사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이나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의사결정은 물론 전자·전기 분야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지주사 아래로 모이면서 계열사 간 업무조정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미래 신사업 발굴이나 비주력 사업 부문의 매각 같은 결정도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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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법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동력을 얻게 됐다. 대선정국 속 반기업정서를 등에 업고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또다시 입법되기 전에 지주사 전환을 빨리 추진하는 편이 삼성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정치권이 추진하던 상법개정안 중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조항은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동안 신주배정을 통해 과도한 자금투입 없이도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0.6%에 불과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3.54%)과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지분(0.77%)을 합쳐도 5%가 채 못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은 약 13%에 달해 삼성가의 그룹 지배력을 지탱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개정안으로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지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20%)조차도 충족시키기 어려워진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지난해 12월 이후 미뤄지고 있는 사장단 인사가 3~4월 중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수습을 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해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삼성SDI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김종호 삼성중공업 사장을 신설한 삼성전자 글로벌품질혁신실 실장으로 위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전실 해체 관련 수습 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바로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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