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리뷰] ‘프리즌’ 1995년부터 2017년까지 代 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세상에 날 가둘 수 있는 감옥이 있을 거 같아?”




23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 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큐로홀딩스)에서 악역 한석규가 외친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 속 서슬 퍼런 인상이 강렬한 신을 남겼다.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한석규)과 새로 수감 된 전직 꼴통 경찰(김래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정, 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나현 감독, 배우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프리즌’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제목 그대로 ‘프리즌’은 감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칫 한정적일 수 있는 공간임에도 영화는 교도소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억압된 공간이 아닌 제 집처럼 즐기는 ‘완전한 범죄구역’으로 해석, 과감히 상식을 뒤엎은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범죄자들이 한 데 모인 이 곳은 오히려 마약 유통, 살인 등이 판을 치는 비리의 온상으로 그려진다. 교도관들은 진작 범죄자들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교도소를 주름잡는 정익호(한석규)를 중심으로 그의 편에선 자들의 서열, 역습을 노리는 반대파, 그 주변에서 찍소리 못하는 나머지들의 구도는 바깥 사회의 큰 그림과 다르지 않아 주목해 볼 부분이다. 같은 구도로 실제 사건이 줄을 잇는 현 시국이 절로 떠올라 공감과 더불어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는데, 바로 이 지점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맥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시기인 1995년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프리즌’은 음울한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범죄와 비리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담으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도구가 허용되지 않는 교도소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석규, 김래원, 조재윤, 신성록 등은 맨몸으로 ‘생존 액션’을 선보인다. 유도 기반의 날렵한 기술부터 귀 깨물기까지 그야말로 리얼한 ‘개싸움’으로 극적 재미를 살린다. 이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배우들의 노고가 그대로 전달된다.

관련기사



영화 ‘프리즌’ 스틸컷 /사진=쇼박스영화 ‘프리즌’ 스틸컷 /사진=쇼박스




악의 주축이자 교도소의 절대 제왕 정익호 역은 배우 한석규의 연기 내공으로 무게감 있게 표현됐다. 데뷔 이후 첫 악역 도전임에도 한석규는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톤으로 자연스런 중량감을 얹어 악인의 새 지평을 열었다. 안정감 있는 그의 목소리가 악역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 염려했다면 완벽한 기우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요소가 그간 악역들에서 접했던 과도하게 날선 에너지와는 달리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심사가 뒤틀리면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행각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위협까지 순간적으로 전환하는 집중도가 뛰어나다.

검거율 100%의 전직 경찰 송유건으로 분한 김래원은 ‘꼴통’이라는 별명답게 온갖 범죄의 탄생지점인 교도소에서 정익호와 마주친다. 특유의 자유분방함 속에서 정의를 찾는 진중한 면까지 입체적 연기변신을 한 김래원은 한석규와 또 다른 경쾌한 톤으로 캐릭터 조화를 이룬다. 과격한 액션의 중심을 맡아 도사리는 위협과 폭행을 온 몸으로 방어하는 그의 에너지가 날 것 그대로 담겨 드라마 ‘닥터스’에서의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상남자의 거친 매력을 발산한다.

주변 인물들의 활약 역시 탄탄히 뒷받침된다. 범죄에 동참하는 비리 소장 강소장 역의 정웅인은 무표정 속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연기로 묵직한 존재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정익호의 행동대장 홍표로 분한 조재윤은 그간의 친근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벗고 과묵한 카리스마로 김래원과 직접 대립한다. 정익호의 뒤통수를 노리는 양아치 창길 역의 신성록은 진중한 이미지에서 걸쭉한 욕을 남발하는 ‘껄렁미’를 장착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교정국장 배국장 역의 이경영, 정익호의 전략 브레인 김박사 역의 김성균의 감초 활약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 위주로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을 메우려 한 것은 감독의 안일한 전략이지 않을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돼지의 왕’처럼 작은 집단에서 소수의 폭압에 시달리는 다수, 약육강식의 사회를 폭력으로 군림하는 자에 대한 처단, 추악한 비리의 민낯과 같은 주제는 이미 익숙한 이야깃거리다. 이미 결과가 예상되는 전개에 공간의 특성을 살린 어두운 컬러감의 반복은 일반관객들의 몸을 뒤척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의 매력은 배우들의 꽉 찬 열연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한석규부터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이경영, 김성균 등 우리 사회를 조망한 인물들, 그리고 20여 년 전의 시대적 배경은 소름끼치게 반복성을 갖는 현 시점에서 바라봄에 의미가 충분하다.

영화 ‘프리즌’ 스틸컷 /사진=쇼박스영화 ‘프리즌’ 스틸컷 /사진=쇼박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