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시작된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수출 기댄 성장신화 끝나...'제조·서비스 결합'으로 내수 키워야

<3> 성장공식 바꿔라 - 산업부문

의료·관광·금융규제 풀어 새 부가가치 창출

6년째 묶인 서비스산업 발전법부터 처리를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2% 증가한 432억달러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금액·증가율 모두 2012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확대, 반도체 특수에 기댄 착시효과 등이 합쳐진 결과지만 정부는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반색했다. 수출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고 있지만 사상 최장 마이너스 행진을 했던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이 과거에 이룬 성장 신화는 수출에 기댄 바 크다. 하지만 글로벌 뉴노멀 시대에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저출산 고령화라는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 패러다임에 기초한 성장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려면 생산시스템의 고도화와 함께 고품질 서비스 공급을 통해 의료·관광·교육·금융 등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놓쳤다”며 “기술을 통해 시장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즉 게임의 법칙을 이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시장의 역동성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와 제도 혁신을 통해서 환경을 만드는 데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과거 추격형 중심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90년대 7%대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4%대 초반으로 하락하더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3%대마저 무너졌다. 올해는 2%대 초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2012년 0.8%에서 2016년 3.3%까지 늘었다. 반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같은 기간 1.5%에서 2015년 -1.1%, 2016년 -0.5%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출 중심의 성장이 과거보다 둔화된데다 최근 2년 동안은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내수가 만든 파이마저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올해 수출이 현재 분위기를 이어가 플러스로 반전한다고 해도 이에 기대 큰 폭의 성장이 이뤄지길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정부는 진작부터 수출 중심 성장의 한계를 깨닫고 내수를 함께 키우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2014년 3월 내수·수출 균형경제 등 3대 전략을 담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수 성장전략의 핵심에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있다. 서비스업은 고용과 부가가치의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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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70%에 이른다. 그러나 부가가치는 10년 넘게 정체 상태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전체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2005년 59.4%에서 2016년 59.6%로 같은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격차가 더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미국(78.0), 독일(69.6), 일본(72.0)에 비해 크게 낮다.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미국(10만2,715달러)의 절반(5만941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정부 지원책, 연구개발(R&D) 투자, 규제가 서비스업의 발전을 막아왔다”며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면 제조업에 의존하는 경제 비중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기 정부는 국회에 6년째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부가가치의 창출 요소가 노동·자본에서 융복합기술과 혁신으로 급속하게 바뀌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경제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 산업이 미국·독일·네덜란드 등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면 오는 2030년까지 경제성장률을 0.2~0.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융복합을 통해 제조업이 독일·일본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구조조정도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들 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김준경 KDI 원장은 “우리 경제에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며 “제때 구조조정이 안 되다 보니 기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뒷걸음질칠 정도로 영업력이 크게 훼손됐고 사상 최저금리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부실기업 비중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3년 연속 못 갚는 이른바 ‘좀비 기업’은 2015년 조사 대상 2만2,300개 중 14.7%인 3,278개에 달했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좀비 기업 비중은 지난 5년간 2배나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과 액션플랜을 만들어 추진 중이지만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에 묻혀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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