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주, 父지분 압류…경영분쟁 재연되나

제과·칠성 주식 2,100억 압류 통보

韓·日 양쪽서 발언권 확대 등 노려

"성년후견인제 판결 전 저의 의심"

롯데 강력 반발…법적 대응 예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제과(004990)와 롯데칠성(005300)음료 주식을 압류했다. 지난달 말 신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상대로 재산 가압류 강제집행 가능성을 통보한지 한 달이 채 안돼 전격적으로 진행됐고, 롯데그룹은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 사이에 한국 계열사 지분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의라더니”…신 총괄회장 주식 2,100억원 압류=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 압류를 집행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신 총괄회장에게 송달했다. 압류대상 주식은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6.83%와 롯데칠성음료 지분 1.3%로, 지분 가치는 14일 종가 기준 2,1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 1월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됐다가 신 전 부회장이 대납한 증여세(2,126억원)와 거의 일치한다.


롯데그룹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 결정이 어려운 신 총괄회장의 세금을 대신 납부하고 채무관계를 형성한 뒤 부친 재산을 압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 특히 이르면 내달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법의 맹점을 이용한 일이라 법적대응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총괄회장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권채무관계를 만들어내고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상 끝난 지분 경쟁…신동주의 노림수는=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과의 국내 계열사 지분 경쟁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부친 재산까지 압류한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실제 롯데제과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신 총괄회장이 전체 주식의 6.83%, 신 회장이 9.07%, 신 전 부회장이 3.96%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의 주식을 인수하면 10.79%로 늘어나 신 회장을 앞선다. 하지만 롯데알미늄(15.29%) 등을 비롯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2.52%) 등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월등해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있겠지만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취득한다고 해서 지분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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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향후 지주사로의 전환 과정에서 핵심인 롯데제과 지분을 취득해 그룹 발언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견해도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롯데쇼핑(023530)과 롯데푸드(002270)와 함께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 역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만큼 신 회장과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면 신 전 부회장은 지분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일본 롯데로 선회하나=신 전 부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두 번에 걸친 주주총회를 통해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한 광윤사(28.1%)와 신 회장을 지지하는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26.1%)로 나눠져 있고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27.8%)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가 사드 배치 결정 등으로 중국 사업이 난항을 겪는 사실을 부각하고 자신이 롯데제과의 대주주임을 강조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설득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이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는 게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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