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2차 사드쇼크 오나] "유커 의존도 낮은 T2 면세점 잡자"...국내외 사업자 '쩐의 전쟁'

"내국인 비중 높아 매출 안정" 대거 입찰 가능성

롯데·신라 등 노하우·실탄 앞세워 공격적 전략

업계 "선정방식 복잡...행정절차 간소화를" 지적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위기에 몰린 면세 업계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83%에 달하는 시내 면세점과 달리 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절반가량이 내국인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비중이 높은 시내 면세점이 집중 타격을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내국인 이용이 많은 공항 면세점 확보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결국 누가 높은 가격을 써내고 사업자로 선정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5일 입찰 신청을 받는 T2 면세점에 롯데·신라·한화·신세계 등 국내 면세 업계와 세계 1위 면세점 사업자인 스위스 듀프리 등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두산(000150) 역시 입찰 참가를 저울질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이번 T2 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면에는 사드 보복 조치로 시내 면세점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중국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항 면세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드 영향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공항 면세점 매출 중 내국인 비중이 51%에 이른다. 10명 가운데 5명이 국내 손님이다. 반면 시내 면세점은 10명 가운데 8명이 외국인으로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시내 면세점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한화나 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은 전체 볼륨을 늘려 신규 면세점이 자리 잡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바잉파워’를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T2 면세점을 편입시키는 게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면세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어려운 시기를 근근이 버텼지만 이제부터 보릿고개가 시작이어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며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자”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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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 면세점 특허권은 인천공항공사가 △운영인의 경영능력(500점·입찰가격 포함)을 보고, 관세청이 △특허보세관리 역량(220점)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2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2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40점) 등을 배점·합산해 선정한다. T2 면세구역 1만㎥를 대기업 3개, 중소·중견기업 3개로 분리했다. 대기업이 가져가는 DF1~DF3는 향수·화장품(847억원), 주류·담배·식품(554억원), 패션·잡화매장(646억원)이며 중소·중견면세점에 돌아갈 DF4~DF6 구역의 최저 입찰가격은 21억~87억원대로 정해졌다.

대기업들은 중복 낙찰이 되기 않기 때문에 DF1~DF3의 세 곳 모두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집중하고자 하는 구역에 입찰금액을 더 많이 써내는 전략으로 특허권을 확보한다는 각오다.

업체별 전략을 보면 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화장품·향수매장 노하우 등을 앞세워 부가가치가 높은 DF1 구역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역시 제1터미널에서 하던 화장품·향수 특허권을 그대로 이어서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1터미널에서 패션·잡화매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는 이번에 화장품·향수 및 수익이 높은 주류·담배·식품매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화 역시 제주 면세점에서 화장품부터 전 품목을 판매한 노하우를 내세워 화장품·향수는 물론 주류·담배매장 운영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편 T2 면세점 선정방식이 기존과 달라 업계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예전에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최고가 입찰자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관세청이 특허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T2 면세점부터는 인천공항공사가 입찰가격(400점)이 높은 사업자 1·2위를 선정해 관세청에 1차 통보하면 관세청은 네 가지 평가기준을 적용해 합산한 점수의 고득점 순으로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식이어서 두 가지 용도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한 면세 전문가는 “시어머니가 두 명인 셈으로 업황이 어려운 면세점 업계가 이중 업무로 시달리는 셈”이라며 “행정절차가 간소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본입찰 마감은 4월5일이며 4일까지 참가신청을 받는다. 관세청 프레젠테이션은 4월 말로 예정돼 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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