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치권은 조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삼성동 자택 복귀 직후 ‘자택 정치’ 논란을 낳으며 친박근혜계가 결집했던 것처럼 파장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때 정치적 메시지라도 낼 경우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각 당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공식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3당은 즉각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각 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검찰 조사로 ‘박근혜 동정론’이 일어날 경우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 수척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되면 보수층 결집이 두드러질 수 있다. 보수층 결집으로 ‘진보 대 보수’ 구도가 명확해지면 표심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동정론이 강하게 번지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며 “이후 대선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이날 진상을 규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검찰은 어떤 정치적 외풍이나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여론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며 “검찰은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는 권력 눈치를 보다가 정권의 힘이 빠지면 돌변한다는 오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준길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안타깝다는 말이 가장 절실한 표현”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과도하게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 친박이,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 중도보수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진영에 갇힌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추구할 진영은 오직 상식과 국민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층의 동정론을 차단하면서 선명성으로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3당의 심경도 마냥 편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동정론으로 역풍이 불 경우 외연 확장에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도·무당층으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이번 대선은 하나 마나 한 싸움이 돼버린다.
우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도 승기를 굳히기 위해서는 중도·무당층의 표심을 최대한 끌고 와야 한다. 대선 구도가 보수 대 진보로 뒤바뀌면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교체론을 띄워 효과를 봤던 만큼 현 구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