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용 도기·방수 비데로 정평이 나 있는 아이에스동서가 자체 기술력을 개발한 전동 믹서기(블렌더)로 소형가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바둑알이나 핸드폰도 갈아내는 강력한 칼날과 모터를 장착한 블렌더로 주방가전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아이에스동서는 16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블렌더 V38’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성비가 뛰어난 전동 믹서기로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지혜(사진) 이누스사업총괄 전무는 “블렌더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 내놓더라도 제품력만큼은 어떤 제품에 뒤처지지 않는다”며 “이 제품의 최대 강점은 진공기술과 3.8마력, 3만rpm에 달하는 모터출력”이라고 강조했다. “진공 상태에서 초고속 블렌딩이 가능해 공기노출에 따른 산화현상을 막아주며, 일반 블렌더에서 쉽게 나타나는 영양소 파괴나 변색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렌더 V38의 모터출력은 3.8마력으로 국내 출시된 블렌더 중 최강이다. 경쟁제품의 경우 분쇄력이 해피콜(3.5마력)-닌자(1.8마력)-한샘(1.5마력) 순이다. 권 전무는 “분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둑알이나 핸드폰 등 갈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시험해봤고, 성능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특히 블렌더는 강한 모터출력이 필요해서 과열이란 고질적 문제가 있는데 파워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영양소 변질을 유발하는 과열을 잡아냈다”고 자신했다.
이 제품의 출시가격은 39만원대. 일반 카페에서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만들 때 사용되는 블렌드의 가격이 150~2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도 갖췄다. 권 전무는 “성능 대비 가격은 글로벌 어떤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국내에선 홈쇼핑과 온라인몰을 주된 판매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창업자의 장녀로 이누스사업부의 전신인 삼홍테크 대표를 역임한 권 전무는 이번 블렌드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제품은 방수비데로 시장을 평정한 아이에스동서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첫 번째 야심작이기도 하다.
연구개발 기간만 2년이 넘게 걸렸고 출시일정을 6개월 늦출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테스트에 사용돼 폐기된 칼날만 수천 자루에 달하며 과일값만 수백만원이 들었다.
진공기술을 접목한 이 제품은 전량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국내 블렌더 시장의 최대강자인 해피콜과 지난해 이 시장에 진출한 한샘은 전량 외주생산 제품을 팔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국내 제조기업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점 중 하나로 생산 외주화에 따른 기술력의 부족을 꼽고 있다. 이에대해 권 전무는 “비데는 100% 국내 자체 생산, 욕실도기는 70% 가량이 국내 공장에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다”며 “생산을 외주화하는 것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홍테크를 인수했을 때만해도 비데시장 내 점유율은 미미했지만 방수비데를 히트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블렌더 시장에서도 진공과학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을 만들어냈다”며 “우리 기술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품군 중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제품들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향후 블렌더 V38 수출에 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아이에스동서의 주전공인 비데는 현재 전 세계 5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유럽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권 전무는 “출시 초기에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가 이미 판매망을 확보해놓은 블렌더 선진국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바이어들의 호응이 좋아서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