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생산기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GM의 유럽 시장 철수로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부평공장의 엔진 생산물량도 24%나 줄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국 생산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노동조합에 올해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던 엔진 물량을 24%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13만7,000대분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르면 오는 6월부터 감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존 한국GM이 만들어 수출하던 고배기량 엔진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게 이유다. GM의 멕시코 물량이 7만5,000대로 가장 많다. 부평 엔진공장은 이달에 25일 가동했지만 6월부터는 한 달에 5일밖에 가동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GM이 GM 본사로부터 차세대 엔진 개발을 배정받아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면 새 엔진을 계속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차세대 엔진 개발을 진행하지 못해 생산물량만 줄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생산인력 감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GM은 GM의 유럽 철수에 따른 직격탄도 예상된다.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는 GM의 유럽 전용 브랜드 ‘오펠’을 20억유로(약 2조4,300억원)에 최근 인수했다. 한국GM은 그동안 오펠에 경차 ‘스파크’를 ‘칼(복스홀 비바)’이라는 이름으로 창원공장에서 제작해 수출해왔다. 지난해 공급량은 5만7,458대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도 부평공장에서 만들어 ‘모카’라는 이름으로 공급했다. 이 물량도 완성차와 반조립차를 합쳐 약 16만대다. 스파크는 2019년께, 트랙스는 2021년이 되면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현지 전망이 나온다.
한국GM의 수출 물량은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41만6,890대로 2015년(46만3,468대) 대비 10% 급감했다. 반조립제품(CKD) 수출은 2014년 102만1,858대에서 2015년 79만1,231대, 지난해는 66만2,674대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한국GM은 내수보다 수출 물량이 5배 더 많다. 수출 판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국내에서 차를 많이 팔아봐야 반전이 힘들다. 실제로 한국GM은 지난해 3,000억~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연속 순손실이다. 이 때문에 올해 말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 지분 17.02%에 대한 매각 금지가 풀리면 이를 GM 본사가 매입한 뒤 모두 처분해 한국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견해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 본사 경영진에 높은 인건비 등으로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GM은 더이상 매력적인 생산기지가 아니다”라며 “과거 호주에서 GM이 철수했듯 언제든 매력이 떨어지면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근 부평공장 엔진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부분은 있지만, 차세대 엔진 투입이 계획되어 있는 등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