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번호판 색깔은 크게 두 가지다. 택시 같은 사업용 차량은 노란색, 자가용 등 비영업용 차량은 흰색이다. 간혹 10여년 전까지 주로 쓰인 초록색 차량이 보이고는 한다. 군용 차량에는 이와 구별되는 특수 번호판이 쓰인다. 군대의 특성에 따라 해병대는 빨강, 공군은 하늘색 바탕 이런 식이다.
색깔 등 번호판을 잘 살펴보면 그 차의 신상명세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앞 두 자리는 차종을 의미한다. 승용차는 01~69, 승합차는 70~79, 화물차는 80~97, 특수차는 98·99번으로 분류된다. 문자는 용도별 구분으로 사업용·비사업용, 외교 등으로 나뉜다. 사업용 중 버스와 택시는 ‘바·사·아·자’, 렌터카는 ‘허·하·호’를 쓴다. 이를 제외한 ‘가·나·다·라·마’ 등은 일반 자가용에 배당된다. 차 번호판을 주민등록번호와 같다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국내에 차 번호판이 등장한 것은 구한말인 1904년. ‘오리이자동차상회’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발부받은 것이 시초다. 1921년부터는 규격이 정해져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숫자를 넣었다. 그 뒤 수차례의 변화를 거쳐 2004년 지역 구분을 없애고 유럽형 크기를 도입한 ‘흰 바탕, 검은 글씨’의 새 번호판이 탄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 달여 뒤인 5월1일부터 낯선 번호판을 단 차들이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전기자동차 전용 번호판 부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번호판은 현재의 번호판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바탕색이 연한 청색이고 위변조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을 넣었다. 태극 문양과 함께 국제 통용인 전기차 그림에다 ‘EV(Electric Vehicle)’ 마크도 들어갔다.
전기차 번호판은 친환경차 보급이 확대되는 시대적 흐름의 반영이지 싶다. 국내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1만855대로 1만대를 넘었다. 엊그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까지 국내에 상륙했으니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정부도 충전시설 확대 등에 열심이다. 이래저래 연한 청색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