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정국 혼란 부추기는 트럼프發 '트리플 악재'

●오바마 도청 주장

공화당마저 "근거없다" 일축

'거짓·음모론 조장' 비난 거세

●난도질 당한 예산안

복지·교육지원 등 대폭 삭감

"민생보다 국방에 치중" 비판

●2차 反이민 행정명령

메릴랜드 법원 등 잇단 제동

"탄핵 구실만 키워준다"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과 무리수 남발이 초래한 ‘트리플 악재’에 새 정부 출범 50일을 넘긴 미 정국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를 겨냥한 도청 주장이 상하원에서 모두 “근거 없다”고 일축되며 트럼프 정부가 음모론과 거짓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한층 거세지고 있고 민생예산을 난도질한 첫 예산안에는 여당인 공화당도 등을 돌리고 있다. 위헌 논란을 부른 2차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법원의 제동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오바마 도청 지시’에 대해 “우리 정보당국과 관련해 그런 도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상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이날 함께 “트럼프타워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미 정부의 사찰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도청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의회 입장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전날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거짓과 조작으로 얼룩진 정부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이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에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를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도청 논란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GCHQ는 도청 연루 의혹 제기에 대해 “난센스”라고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


특히 미 언론과 의회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트럼프 측근과 러시아 간 내통을 둘러싼 추가 폭로도 이뤄졌다. 미 언론들은 앞서 거짓 보고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과거 러시아 기업들로부터 총 5만5,000달러 이상 되는 거액의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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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이날 의회에 제출한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도 새로운 전쟁터를 열었다. 트럼프 정부의 첫 예산안은 총 4조달러의 예산 중 내년 재량지출 예산을 1조2,090억달러로 확정하고 국방비를 10% 늘리는 반면 복지와 교육·주택지원 등 민생예산을 두자릿수 대로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환경보호청은 31% 줄어든 57억달러, 국무부도 29% 삭감된 271억달러의 예산을 각각 배정받는 등 연방정부에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도 41억달러를 책정했다.

민생 대신 국방비 확보에 급급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 상당수의 반발도 초래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해 “미국의 미래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의회 통과 저지 방침을 피력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대폭 수정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실정이다.

여기에 위헌 논란을 부른 2차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법원의 제동도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측에 탄핵의 구실만 키워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하와이와 위스콘신주에 이어 메릴랜드주 연방법원도 이날부터 트럼프 정부가 무슬림 6개국 국민의 입국을 90일 동안 불허하기로 한 2차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이동의 자유와 관련해 이슬람 국가 출신들만 차별해 위헌”이라는 주장을 인정해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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