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FAU) 경영·경제학부 연구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관련 논문은 오는 6월 ‘유럽 운영연구 저널(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그래디언트 부스티드 트리(gradient-boosted tree)’ ‘랜덤 포리스트(random forest)’라고 불리는 세 부류의 AI 학습 알고리즘을 묶어서 주가 변화 패턴을 학습시켰다. 데이터로는 1992년 12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거래일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종목의 주가와 그 직전 거래일의 투자 관련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학습시킨 AI 투자 프로그램에 모의 차익거래 투자를 시켰다. 매일 S&P 500 종목 중 10종씩을 설정해 사고팔게 했더니 평균 일간 수익률이 연평균 99%나 됐다. 잦은 거래에 따른 비용을 감안해도 수익률은 7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이 거래비용 고려 전후로 17%와 9%인 것에 비하면 매우 큰 차이다.
AI의 모의 주식 투자는 무엇보다 위기에 강한 결과를 보였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AI가 투자를 담당했다면 모든 거래비용을 제하고도 연평균 수익률이 400%를 넘었다. 닷컴버블 붕괴 직전(1999년), 닷컴버블 붕괴(2000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2008년) 등 위기상황 전후에 AI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334%·545%·681%에 이르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다음달(2008년 10월)과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시기(2011년 10월) 등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도 AI는 차분함을 잃지 않고 월평균 각각 100%와 35%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시장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시기에 우리의 매수-매도 전략이 특히 잘 들어맞는다”며 감정이 시장을 지배하는 변동성 장세에서 AI의 모의투자 성과가 특히 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AI 주식 투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핀테크 업체인 씽크풀은 주식 투자 통합 로봇시스템(RASSI·라씨)을 선보였다. 주식 종목 추출과 분석·주문까지 AI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다. 실제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시장 대비 연평균 20%가량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해당 업체는 설명했다.
국내에는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A) 도입도 한창 준비 중이다. 로봇(robot)이 투자전문가(advisor)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코스콤·금융보안원·한국예탁결제원 등과 공동으로 RA의 안정성과 수익률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에 비해 이성적이고 감정을 배제한 채 데이터 분석만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금융업계 전반으로 보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