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공부해서 대학가고 군대 2년 갔다 와서 취업 준비하죠. 서른 넘어서 간신히 취업해도 급여는 쥐꼬리입니다. 결혼하려고 학자금 갚으면 모아놓은 돈은 없는데 집값은 너무 비싸 대출 받고, 어려운 형편에 집 샀으니 더러워도 회사에서 노예생활 합니다. 아름다운 ‘헬조선’이죠”
17일 보도된 서울경제신문의 ‘서른즈음에 첫 월급···빚·만혼·저출산, 내일이 없다’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다.
서울경제신문은 ‘늦어지는 첫 직장 입사…몸살 앓는 대한민국’ 기사를 통해 늦은 취업으로 인해 결혼과 거주지 마련이 늦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고찰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이끌어 냈다. 분석에 따르면 오전 9시 현재 네이버 온라인 포털 상에 달린 2,200여개 가량의 댓글에는 남자가 82%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연령대로는 30대가 45%에 달했다. 이어 20대가 30%로 뒤를 이었다. 20∼30대 남자들의 답답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경직성과 노동시장 격차가 청년들의 취업을 늦어지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보니 입직 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용·노동시장 문제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 및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안전망과 복지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은 어땠을까. 이들은 현실이 기사에 다뤄진 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서른 즈음 취업도 상당히 빠르다는 걸 강조했다. ‘서른에 첫 월급 받아도 칭찬해 줄 일’, ‘서른 넘은 백수가 천지에 널렸다’ 등 늦은 취업이 일상화된 일임을 짐작하게 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아이디 ‘para***’는 “사회진출을 빨리 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일정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복무, 대학 등 사회에 나오기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데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고졸 성공시대라고 하지만 한달에 200만원 버는 화이트칼라가 400만원 버는 블루칼라를 무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 진학 비율을 낮추고 취업에 뜻이 있는 경우 이른 취업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31세에 대기업 갔더니 갓 40대가 된 선배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더라. 대부분 좋게 나가는 경우가 아니였다”며 은퇴 연령이 빨라지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 누리꾼 “지금의 시대는 서민이 결혼하면 지옥. 혼자 먹고살기에도 벅찬 사회에서 무슨 애를 낳느냐”며 “이미 30대는 결혼과 출산은 꿈도 꿀 수 없는 세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준비되지 못한 결혼은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죄악’, ‘요즘 애낳는 부부는 딱 두 종류! 돈이 많거나 물정 모르는 어수룩한 부부거나’ 등으로 세태를 요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