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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반쪽짜리 성과’ 그친 삶의 질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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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통계 하나가 발표됐습니다.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가 그것입니다. 주관적인 영역인 삶의 질을 수치화한 통계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것이라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 동안엔 우리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보려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같은 경제 지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우리나라가 경제는 많이 성장했지만 개개인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들을 수치로 확인시켜주기도 했습니다. 2006~2015년 10년간 우리나라 1인당 실질 GDP는 28.6% 증가했지만 삶의 질은 11.8% 느는 데 그친 것입니다.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분야별 지수 증가율(2006~2015년)분야별 지수 증가율(2006~2015년)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통계 결과가 국민 체감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삶의 질 지수는 매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꾸준히 증가했는데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10년에도 늘었습니다. 금융위기 때를 돌아보면 사는 게 참 고단했는데 삶의 질이 좋아졌다니 이상하다는 겁니다. 또 교육 분야는 23.9% 증가해 가장 많이 개선된 분야 1위를 기록했는데 이 점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공교육 신뢰가 무너지고 교육비 부담은 날로 커져 불만인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겁니다. 증가율 2위인 안전 분야 역시 세월호 참사 등 사건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순위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괴리가 생겼는지 보려면 먼저 통계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청은 각계 전문가와 함께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표 80개를 선정했습니다. 예컨대 건강 분야에선 기대수명, 비만율, 스트레스 인식 정도 등이 뽑혔고 안전 분야에선 강력범죄 발생률, 아동안전사고 사망률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들 지표들의 개선된 정도를 합산한 뒤 평균을 낸 것이 삶의 질 종합지수입니다.

문제는 이들 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통계 작성에 참여한 인원이 10명에 그쳤고 이러다 보니 경제, 노동, 교육 등 각 분야별로 배정된 전문가는 1명에 그쳤습니다. 해당 분야의 지표 선정은 한 명의 생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죠. 시민단체나 언론 등의 의견 수렴도 없었습니다.


반면 우리가 벤치마킹한 캐내다의 웰빙지수인 CIW의 경우 학계 전문가는 물론 시민사회 출신 등 100명이 참여해 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담았습니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산하 연구센터까지 통계 작성에 참여해 객관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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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CIW와 한국 삶의 질 종합지수가 각각 선정한 지표들을 비교해 볼까요.

한국은 경제(소득-소비) 분야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 균등화 중위소득, 균등화 중위소비, 가구 평균 순자산 등 경제 지표가 다수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들 지표는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지표라서 ‘삶의 질’ 개선을 보여주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는 논란이 나옵니다. 더구나 1인당 GNI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 소득까지 잡힙니다. 반면 CIW의 경제 분야엔 이와 유사한 지표는 세후 가구중위소득 밖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CIW의 또 한가지 특징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캐나다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볼 수 있는 지표가 다수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0~14세 아동이 대화하며 보내는 평균 시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의 비율’, ‘5명 이상의 가까운 친구가 있는 사람의 비율’, ‘노년층과 젊은층 투표자의 격차’, ‘연방의회 여성 비율’,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에 예산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 등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구체적인 지표는 거의 없고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면서 포괄적인 통계를 많이 썼습니다.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회적 논란이 적을 ‘안전한 지표’ 위주로 취사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CIW의 지표가 절대적으로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캐나다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통계에 담아냈고 우리는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입니다.

물론 통계청은 향후 시민단체, 언론 등 의견을 수렴해 삶의 질 통계를 개선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라도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면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거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가 우리나라 통계 역사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음에도 첫걸음부터 신뢰성이 흔들리는 결과가 나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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