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 대리점에 가장 문의가 많은 제품은 LG전자(066570) 전략 스마트폰 ‘G6’다. 지난 10일 출시되면서 ‘탄핵폰’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G6는 출시 직후 이틀간 3만대 판매되는 등 시장 반응이 좋아 이번 주 내 10만대 판매고를 돌파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런 기세를 몰아 1,000만대 팔린 전작 G3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세계 최초의 18대 9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현하며 스마트폰의 본질을 정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 G6. 디자인 콘셉트부터 제품화 단계까지 디자인 전반을 총지휘한 이정훈(사진)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장은 19일 양재동 MC디자인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10년간 변화가 없었던 스마트폰 디자인에 획기적인 진화를 가져온 제품으로 기록되고 싶다”고 밝혔다.
1994년 디자인연구소에 입사, 23년째 LG전자 디자인의 산 증인인 이 소장은 G6의 디자인 차별성으로 △풀비전 디스플레이 △돌출 부위 하나 없이 매끈하게 떨어지는 미니멀리즘 디자인 △외관부터 그래픽 디자인까지 일관된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등을 꼽았다.
가장 큰 특징은 ‘한 손에 들어오는 대화면’. 이를 위해 18대 9의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기존 16대 9 비율이란 공식을 버린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그가 대화면을 채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 때문이다.
“2015년말 G6 디자인 콘셉트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폰을 사용하다 안드로이드로 전환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봤어요. 똑같은 제품을 10년 가까이 쓰다 보니 지겹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애플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질리기 마련이지요.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롭게 스마트폰을 바라봤습니다.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구현해야겠다, 그것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던 거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화상 통화를 합니다. 결론은 TV처럼 보는 기능이 중심이 되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러한 판단에는 전작인 G5이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깔려 있다. G5는 스마트폰 최초로 하단을 블록 장난감처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모듈 방식’으로 개발됐다. 금속으로 전체를 감싸는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결과다. 결과는 참담했다. 누적 판매대수 300만대로, 전작 G3(1,000만대)나 G4(600만대)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G5의 참패를 거울 삼아 LG전자의 역량을 쏟아 부은 G6는 현실과 타협하기 보다는 과감한 혁신을 선택했다. 전작인 G5(5.3인치)보다 화면 크기는 5.7인치로 더 커졌지만 가로 길이는 71.9㎜로 오히려 G5(73.9㎜)보다 줄었다. 세로 길이는 148.9㎜로 G5(149.4㎜)와 비슷하다. 화면이 스마트폰을 꽉 채운 것처럼 보인다. 기존 16대 9의 화면비를 18대 9로 바꿔 폭을 좁히고 테두리를 최대한 없앴더니 ‘크지만 작은’ 스마트폰이 탄생한 것이다. LG전자는 18대 9 비율 디스플레이를 꽉 채운다는 의미를 담아 ‘풀비전(FullVision)’이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소장은 “화면은 스마트폰의 크기와 그립감, 몰입도와 직결되는 기본 중의 기본인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며 “베젤(테두리)은 줄이면서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하다 보니 개발팀과 숱한 난상토론을 벌이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G6는 카메라, 센서, 스피커를 전면 상단에 일렬로 배치해 상단 베젤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또 제품 외곽과 화면 모두 모서리 부분에 부드러운 곡선을 적용해 디자인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디자인의 일관성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그래픽사용자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디스플레이 코너의 라운딩 처리를 그래픽 모티브로 활용해 스마트폰 화면 속의 그래픽도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된다.
G6의 또 다른 특징은 후면 카메라 렌즈가 튀어나온 소위 ‘카툭튀’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카툭튀는 1,000만 이상 화소가 채택된 데 따른 디자인 한계로, 애플 아이폰7이나 삼성 갤럭시S7 등 최신 프리미엄폰도 후면 카메라가 돌출돼 있다.
이 소장은 “디자인 기획 초기부터 ‘카툭튀’를 없애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며 “2015년 말 조준호 사장(MC사업본부장)에게 G6 디자인 콘셉트를 프리젠테이션했을 때도 대화면 구현과 카툭튀 제거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성능은 높이면서 ‘카툭튀’를 없애는 것은 난제 중에 난제였다.
“카메라 모듈에 들어간 부품만 수십 개가 됩니다. 일일이 분해해서 각각의 부품을 더 줄일 수 없는지 개발팀과 며칠 밤을 새워가며 난상토론을 벌였어요. 스마트폰 외관에서 보면 0.4㎜의 카툭튀가 없어진 셈인데 이를 위해 모듈 부품 각각의 두께는 10% 이상 줄였습니다. 모듈 내 부품을 조금씩 얇게 만들어 결국 평평한 뒷면을 구현하게 됐지요.”
오랜 산고 끝에 G6를 출시하고 차기작인 G7 프로젝트에 들어간 이 소장, 그는 G6가 스마트폰 역사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G6가 출시된 후 종종 휴대폰 매장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이게 뭐야. 화면 밖에 없잖아’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된 것이니 저로서는 매우 기쁜 평가지요.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폰이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이니까요. 지난 10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던 스마트폰 디자인에 G6가 중요한 모멘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애플이나 삼성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대화면)을 채택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