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마켓 인사이트] "OPEC 말발도 안먹혀"...5大 변수에 더 복잡해진 유가셈법

① 美 셰일오일 증산...유가 하락 부채질 가능성

② OPEC, 감산 놓고 엇박자...시장 통제력 상실

③ 단기적 파장 큰 美 원유재고량에도 시선집중

④ 헤지펀드 등 기름값 하락에 포지션 축소 조짐

⑤ 친환경차 급부상...운송용 원유수요 갉아먹어





지난해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171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감산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빈=블룸버그통신지난해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171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감산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빈=블룸버그통신


올해 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규모 감산 시행 전후로 랠리를 이어왔던 국제 유가가 올해 들어 심상치 않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도 ‘배럴당 60달러는 시간문제’라던 국제 유가는 이미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배럴 당 50달러를 내준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는 더 이상 OPEC의 가격 통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유가 셈법에 좀 더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은 국제 유가의 가격 형성요인으로 미국의 셰일 오일 증산을 꼽고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시장은 유가가 채산성 기준선인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이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하루 평균 셰일 오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만 배럴 늘어난 920만 배럴에 달하고, 내년에는 50만 배럴이 추가 확대된 970만 배럴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은 시각에 불을 붙였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 셰일 오일 업체들은 지난 2년간 이어진 저유가 기조에서 채굴 비용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구조 변화를 단행하는 등 증산을 위한 발판을 완비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요 셰일 오일 생산지인 텍사스 주나 캐나다의 증산을 고려할 때 셰일 오일 분야의 회복세는 완연하다”며 “앞으로 국제유가를 논할 때 셰일 시장의 동향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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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하는 OPEC의 시장 통제력도 국제 유가를 결정지을 주요 변수다.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13개국이 모여있는 OPEC은 지난해 11월 감산에 뜻을 모은 후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까지 아우르며 실질적인 감산 효과를 거두려 노력했다. 덕분에 감산을 예고한 직후부터 올해 초까지 유가는 상승을 거듭했다. 하지만 2월로 접어들면서 유가 곡선은 상승 흐름을 멈췄다. 미국과 같은 비회원국들이 증산에 나선데다 사우디를 제외한 회원국의 감산량이 많지 않았던 점, 감산 합의를 이끌어낸 사우디마저 실제로는 2월 산유량을 늘린 점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문가들은 OPEC의 원유 시장 주도 능력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다음번 OPEC 정기회의는 5월 25일로, 전문가들은 OPEC이 6월로 끝나는 감산 시한을 연장해 추가 감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다른 원유 생산국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줘야 하기에 이라크 등 일부 회원국은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수준도 살펴야 한다. 단기적 국면에서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FT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원유 소비가 가장 큰 국가이고 셰일 기업들과 OPEC 사이의 핵심 격전지”라며 미 원유 재고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등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유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투자자들은 OPEC의 감산에 주목해 올해 첫 두 달간 유가 상승을 예상했다. 지난달 21일을 기준으로 유럽의 브렌트유와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에 대한 순 롱포지션(가격 상승과 하락에 베팅한 규모차)은 9억5,100만 배럴에 달했다. 하지만 올 핸슨 삭소 뱅크 연구원은 “트레이더들이 최근 유가 하락 이후 포지션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원유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향해 꾸준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유가 상승 옵션에 돈을 걸 이유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달러화 동향도 달러화로만 결제가 가능한 유가에 영향을 미치며 원유 선물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이 된다.

원유 수요 역시 고려돼야 하는 요인이다. 이미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부상, 수송차량의 연비 상승 등은 원유 수요의 약 60%를 차지하는 운송용 수요를 갉아먹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2025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15%는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오는 등 해당 분야의 수요감소는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신흥국 발전으로 항공유 수요 등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수요 감소의 속도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FT는 “유가 동향에 더 많은 고려 요인이 생겼다는 것은 가격 하락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 중 하나”라며 “급격한 수요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큰 폭의 상승 전환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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