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장은 “한국은 국가전략과 비전을 만들 능력은 차고 넘치지만 그 안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치열하게 실천하며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매년 두 차례 범부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그러나 세부계획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피드백은 부실한 것이 사실로 경제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박 원장은 “정책의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실천→점검→보완 실행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들의 정책실행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역동적 거버넌스:싱가포르의 재도약을 선도한 명품 행정의 조건과 정책사례의 학습’이라는 책을 보면 싱가포르 정책 시스템은 그것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동한다”고 소개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가능한 한 현실성이 높은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잘돼 있다. 박 원장은 “싱가포르는 전략을 잘못 짜면 나라 자체가 강대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공무원들도 항상 자아비판적이며 끊임없는 보완을 거쳐 결국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며 “반면 한국 공직사회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한국의 저출산 대책에 PDCA가 적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저출산에 대한 거대담론이나 총량 위주의 개략적인 문제 제기만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도 일부 부처 위주로 설계돼 포괄적이지 않으며 정책설계도 엉성하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각론으로 국민들에게 닥칠 세부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하며 정부·기업·개인 등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해야 할 일(액션플랜)까지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8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3차 저출산기본계획까지 내놓았는데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박 원장은 “한국은 오는 2019년까지가 노년·유년 세대를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하는 부양비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시점”이라며 “이제 남은 3년의 골든타임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