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 외교에 숙제 던져준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이 끝났다. 5일간의 방문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드보복 자제를 강조했던 틸러슨은 정작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사드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또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표현한 가운데 한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파트너’라고만 밝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외교팀의 대응이 미숙한 것과 관련이 있다. 우선 일본과 비교하면 틸러슨의 방한 일정이 대폭 간소화되고 회담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틸러슨은 16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하고 저녁에는 만찬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잠깐 회견만 했을 뿐 만찬 일정은 아예 없었다. 관련 기자회견도 회담 이후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회담 전에 사전 회견 형식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또 틸러슨 장관의 방한일정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주로 동행했다. 이 때문에 틸러슨이 50여일 뒤 한국의 정권이 바뀌는 점을 감안해 방한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안보 이슈에만 집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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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국은 우리나라다. 그런데도 대책을 논의하는 무대에서 유독 한국의 목소리만 작아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국제관계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의 안전과 국가 이익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아무리 탄핵정국이라고는 하지만 움츠리기만 해서는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북한 핵과 사드 대책 마련과정에서 우리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외교역량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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