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첫 동북아(일본·한국·중국) 방문을 마치면서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주장한 미국과 ‘대화와 제재 병행’이라는 원칙론을 반복한 중국 사이의 의견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9일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 실험에 성공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했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북한이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4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향후 동북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외교 수장, 입장 차만 확인=틸러슨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만나 북핵 해법을 모색했지만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중국은 경제 압박보다는 대화와 협상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고 미국은 북한이 더 좋은 길을 선택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중국 역할론을 되풀이했다.
예방적 선제공격 등 군사적 해결 방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과 6자회담 재개 등 대화와 협상의 틀만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견지를 재천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3자 회담을 추진했고 그후 6자 회담으로 확대됐다”면서 대북 제재보다는 6자회담 재개가 북핵 문제 최종 해결법이라는 뜻을 강조했다.
이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20여년간 우리가 해온 노력은 아직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중지하도록 만들지 못했다”면서 “공동 노력을 통해 북한 정부를 설득해 더 좋은 길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고도로 긴장돼 있고 꽤 위험한 상태로 우리는 모든 가능한 일을 해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반도 긴장 정세가 위험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핵무기 위협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 등 군사적 해결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북한,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playing).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강경 발언을 남겼다. 이는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틸러슨 장관의 17일 서울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언급이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작업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외교·경제·군사력을 총동원한 전방위 대북 압박 강화와 중국에 대한 실질적 압박의 ‘투트랙’ 전략을 큰 축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양자제재 등 모든 대북제재를 전방위로 확대·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주요 핵시설 선제타격, 정권교체,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이버전 강화, 전술핵 한국 재배치 등의 고강도 조치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강대강 대치 계속할 듯=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대북 정책을 충분히 확인하고 ‘강대강’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로켓실험은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18일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미중이 무슨 얘기를 하든 내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미 “언제든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유력한 도발 시점은 다음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 시 미국이 ‘모든 옵션’ 중 어떤 카드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동북아 정세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맹준호기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