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0일 차기 정부의 리더십으로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아닐 것 같다. 최소한 담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의 이사장인 이 전 부총리는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관련해 “여시재와 홍 전 회장은 아무런 정치적 연관이 없다”며 “여시재는 정파나 정당 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여시재의 일원이어서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이 전 부총리나 여시재가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987년 헌법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주 나빴다”며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과 거리 두기를 했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박정희 시대의 대통령이 된 줄 알고 행동한 것이 문제”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나도 예외 없이 전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 대통령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총리는 간담회 자리에서 구체적인 대선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도가 확 오른 현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번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줄 사람을 찾고 있던 사람들이 이 시장 쪽으로 결집했던 것 아닌가 한다”고 언급했다.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는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의 이사장인 이 전 부총리가 소장파 경제학자이자 여시재 기획위원인 이원재씨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이 전 부총리는 이 책과 간담회에서 주거와 가계부채, 교육, 소득, 일자리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의 주장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말로 집약된다. 이 전 부총리는 “작은 차이가 큰 싸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진영 싸움이 되면 좌우가 갈린다”며 “현실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다 보면 차이가 좁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전체의 비용 문제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한진해운 사례를 들며 한진해운을 살리든 죽이든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면 한진해운이 기왕에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없앨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미래를 이끌어갈 30~40대에게로 사회의 무게중심이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택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30~40대가 운신할 폭을 넓혀줘야 하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리바운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