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前 대통령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한국정치의 비극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지 11일 만이며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검찰청사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간단한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죄 등 13개 혐의가 걸려 있어 역대 최장 시간의 조사가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유와 관계없이 우리 정치에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비극이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모습은 국민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조사를 벌이는 검찰의 책무가 어느 때보다 크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 중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으며 아직도 이와 관련된 국론분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 시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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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비단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정권마다 대통령과 연루된 비리와 비위 사건이 되풀이된 데는 우리 정치권의 책임 또한 작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이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풍토를 만든 주된 원인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여의도 정치의 후진적 행태에서 출발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정치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게 된 1차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공적인 권력운용을 ‘비선실세’라는 사적인 부분에 의존하고 개인의 이익에 활용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다. 그러나 이 같은 권력운용을 허용한 우리 사회 전체의 감시 시스템, 특히 정치권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검찰의 진상조사와 함께 정치권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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