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강예원 “어떤 연기도 두렵지 않아요”

3월 16일 개봉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보면 너무나도 낯선 모습에 관객들의 눈이 동그래질 수도 있다. ‘해운대’, ‘퀵’ 등의 영화를 통해 미녀스타로 얼굴을 알린 강예원이 왠 이상한 뽀글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한 ‘못난이’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강예원은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을 쌓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택시기사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만년 구직자 ‘장영실’을 연기한다. 강예원의 코믹연기야 더 이상 설명을 안 해도 정평이 나 있지만, 이렇게 외모까지 처참하게 망가뜨리면서 코미디 연기에 나설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코미디 영화를 몇 번 하다보니 뻔한 코미디나 캐릭터에서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얼굴이나 목소리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그동안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이 나올 것 같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외모부터 한 번 바꿔봤는데 그제서야 ‘영실’이라는 캐릭터에 제가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강예원의 처참한 망가짐은 감독의 노림수가 아닌 철저히 강예원의 자발적인 망가짐이었다. 심지어 동그라미도 네모도 아닌 반타원형의 독특한 안경테나 괴이한 패션센스를 자랑하는 의상과 소품들 역시 강예원이 직접 ‘장영실’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구입한 것들이다.

“보통의 작품은 콘셉트부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영실’은 이렇게 접근하다보니 제가 캐릭터에 대한 것을 다 결정하고 감독님에게 통보를 하는 식이었어요. 감독님은 그래도 ‘영실’이 좀 예쁘게 보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예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너무나 식상하니 미모는 한채아씨가 다 보여주기로 하고 저는 철저히 망가지기로 했어요.”

“다들 망가졌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영실’의 모습이 너무 내츄럴하고 예뻤어요. 전 원래 여성스러운 모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전 집에서도 트레이닝복이나 늘어진 티셔츠 입고 있고, 흔한 힐도 없이 운동화만 신어요. 그런데 이런 모습에 저는 만족을 하는데, 남자들이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포스터만큼은 감독님이 남자들이 보기 싫다는 소리 안 나오게 파마만이라도 풀어달라고 해서 그것만 감독님 뜻대로 했죠.”

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제목에서부터 ‘비정규직’의 비애가 처절하게 묻어난다. 2009년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에서 강지환과 김하늘은 국정원 등 특수요원이래도 7급 공무원 대접은 받았지만, 이제는 국가안보국 특수요원이 고작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면서 공작을 하고 있는 처지에 그나마도 2년 계약만 보장받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강예원은 사회운동가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촬영하면서 ‘비정규직’의 비애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와 언론시사회에서도 여러차례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하며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비정규직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제가 불안해서 그래요. 배우라는 직업이 성공하면 돈은 많이 번다고 해도 따지고보면 비정규직이에요. 다음 계약이 없으면 실업자죠. 취업에 대한 보장이 없는 사회에 대해 불만이 있어요. 제 동생도 비정규직 생활을 오래 했거든요. 비정규직, 그리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에 대한 노후보장이 너무나 안 되는 나라 같아서 못마땅해요.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야 행복지수가 높아지는데, 지금은 정규직도 불안하잖아요. 직업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경쟁에 지는 것은 제 탓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직업에 대한 불안한 정서가 있는 것은 나라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죠.”

관련기사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대중의 인기가 떨어지면 소리소문없이 잊혀지는 직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예원처럼 영화 한 편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성공한 배우라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다들 아는 것처럼 수많은 배우 지망생 중 영화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성공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대학교 진학할 때까지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돈 문제로 아쉬웠던 적이 없어요. 그러다 대학에 입학하니 아버지 사업이 휘청하게 됐는데, 그 때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게 됐죠. 지금은 아버지가 다시 사업을 하시면서 빚도 갚아나가고 이러면서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지만, 어릴 때 힘든 걸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20대에 힘들어지니 내성이 없어서 감당이 안 되요. 아마 살면서 그 때가 가장 기도를 많이 하고 지낸 것 같아요.”

20대 당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힘들었던 기억 때문일까? 강예원은 상당히 억척같은 배우다. 워커홀릭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이것저것 작품을 재고 고르며 한가로운 시간을 지내기보다, 한 편이라도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부지런히 만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안 해본 역할은 다 해보고 싶다는 것이 제 욕심이에요.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해보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누구의 연인 같은 예쁜 캐릭터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나 현세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 같은 역할도 좋아요.”

“어떤 연기도 두렵진 않아요. ‘날 보러와요’ 같은 영화도 해봤는걸요. 작품을 선택하면서 나보다 유명한 남자배우가 출연해줘야 하고, 작품의 성공률 이런 걸 계산하면서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날 보러와요’도 흥행이 힘들다고 했는데 흥행에 성공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은 두렵지 않아요. 어떤 연기를 하든지 용기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강예원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강예원의 과감한 도전정신은 비단 영화를 고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강예원은 JTBC ‘아는 형님’과 MBC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2’를 통해 예능 고정도 처음 경험해봤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강예원의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는 형님’이나 ‘라디오스타’는 진짜 악으로 깡으로 했어요. 저 정말 심심한 사람이고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데, 그 자리는 영화를 홍보하러 나간 자리잖아요. 그러니 열심히 하는 거죠.”

“2년 전에 ‘진짜 사나이’를 출연한 것도 회사를 옮기면서 차태현 선배가 예능을 추천해줘서에요. 영화출연만 고집하다가 영화가 망하면 제가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배우로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봤어요. 옛날 선배님들처럼 배우가 예능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신이 있다면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남자에는 차태현 선배가 그런 역할이라면 여자에서는 내가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라라랜드’를 보고 뮤지컬이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제의가 들어와 하게 됐어요. 성대부종 때문에 목소리가 새서 나오는데 그것도 고치고 싶었고. 배우로서 이런 것도 지금이 아니면 못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