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물론 다른 정당 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고 20일 광주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시민들로부터 그야말로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다른 대선주자들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첫 경선인 광주·호남지역에서 뜨거운 선거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광주역사 망각”=국민의당은 이날 문 전 대표가 전날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역사 인식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펼쳤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제까지 문 전 대표는 특전사 코스프레를 할 것인가”라며 “그가 1975∼1978년 복무했다고 한다. 특전사 공수부대가 1년 후인 1980년 5월 광주시민 살육작전에 투입됐고 그가 자랑스럽게 말한 전두환 여단장은 12·12 군사반란 우두머리로 권력을 찬탈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인 박주선 국회부의장 측도 논평에서 “문재인 후보의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이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망각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당원들 따뜻하게 어루만져야”=문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에 대해 “애국심에 기초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본래의 취지와 문 후보님의 진심에 대해 존중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전국민 안식제’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 캠프가 이 발언을 놓고 ‘네거티브’ 공세를 한다는 문 전 대표 캠프 측의 공격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다만 “그런 말씀에 대해서 좀 황당해 하거나 좀 적절치 않다고 하는 당원들도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며 “문 후보가 그 당원들도 따뜻하게 어루만져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 측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가 모욕적이라는 발언을 하면, 그 발언(표창 발언)에 모욕받은 사람들에게 상처로 다가가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본인의 뜻과 달리 광주·전남북 국민이 느끼는 고통이나 상실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정중한 사과의 말씀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악의적 공격 말라”=문 전 대표는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는 당 안팎의 공세와 관련해 “평생을 민주화운동 인권변호사로서 광주와 함께 살아온 저에게 좀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가진 광주전남 지역 정책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어제 얘기하면서 전두환 장군이 반란군 우두머리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지금 아무리 경선 때문에 경쟁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그 발언을 악의적인 공격 거리로 삼은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5·18 때 전두환 군부에 의해 구속됐던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 제가 군 복무 할 때 전두환씨가 제가 복무하던 공수여단장이었다”며 “저는 시민으로 있을 때는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쳤고 군 복무할 때는 충실히 복무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광주항쟁은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였다”며 “5·18민주화운동 정신은 (향후 개헌 시) 헌법 전문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호남의 정권교체 열망에 보답하겠다”며 “가장 확실한 문재인으로 정권을 교체해달라”고 현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민병권·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