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위기의 보험산업, 혁신이 답이다]"헬스케어가 의료비 해법" 팔걷은 日...업계 요청에도 뒷짐 진 韓

<1>고령사회 코 앞인데 답보하는 헬스케어

사전 건강관리 통해 보험사도 지급액 감소 효과

日, 관련시장규모 2030년 37조엔으로 확대 계획

보험사-학계-IT-통신업체 간 협업 활발히 진행중

韓정부, 의료계와 마찰 우려 신사업 육성 묵묵부답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스미토모생명은 지난해 7월 통신업체 소프트뱅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사인 디스커버리와 3자 간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들이 국경과 업종을 뛰어넘어 협업하기로 한 프로젝트의 이름은 ‘일본 활력 계획(Japan Vitality Project)’. 질병 예방을 위해 사전 건강 관리에 주력하는 보험 계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이른바 ‘건강증진형 보험’을 출시해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이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새로운 보험상품의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스미토모생명이 보험 계약자에게 디스커버리의 헬스케어(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계약자는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해 평상시에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는 계약자들의 운동량이나 식습관, 건강검진 결과 등을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후 이를 포인트로 환산해 스미토모생명에 제공하고 스미토모생명은 건강 포인트를 활용해 계약자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다른 보험상품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미토모생명 측은 “계약자들의 건강 증진과 일본 사회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동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계약자와 사회·기업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계약자는 건강 수명을 늘리고 일본 사회는 공적 의료비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며 마지막으로 보험사는 계약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지급액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일본 정부는 초고령화로 인해 계속 증가세인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건강 증진과 예방을 통한 국민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제조업·보험업·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이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 70세 이상 노인에 대한 공적 의료보험의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고심해야 할 정도로 초고령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료비 급증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일본 정부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초고령화로 국민 의료비가 매년 1조엔씩 늘어나는 등 위기감이 커짐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를 지난 2013년 16조엔에서 오는 2020년 26조엔, 2030년 37조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보험사와 학계, 빅데이터 분석 등 정보기술(IT) 업체, 통신업체 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보험사가 요양시설 운영은 물론 임종 케어, 고령자 안부 확인 서비스까지 도입하는 등 고령 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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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지만 고령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은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올해 말이면 만 65세 인구의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노인 의료비는 2010년 13조7,847억원에서 2015년 21조3,615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공적 의료 재정에 대한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노후 빈곤의 주범으로까지 지목되고 있지만 일본의 선례를 지켜보면서도 괄목할 만한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헬스케어 등 고령 사회 비용 급증의 대응책이 될 수 있는 신산업을 키워달라는 보험·IT·통신업계 등의 반복되는 요청에도 의료계와 다른 산업 간 마찰 등만을 우려하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적법하게 할 수 있는 비의료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만 해달라는 것인데도 수년째 정부가 답을 주고 않고 있다”며 “지난해 초에도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해서 건강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계가 의료 민영화, 개인 질병 정보 유출, 의료 생태계 교란 등의 이유로 비의료 산업의 헬스케어 참여 범위 확대를 적극 반대하고 있어 의미 있는 수준의 이종업종 간 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업 활성화는 미래 의료 수요 급증과 의료비 증가를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며 “보험사가 경제적 이익만을 노리고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시도한다는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국민 건강 증진과 공적 의료비 부담 완화 등 다각적인 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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