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공급폭탄에 떠는 오피스텔] "손해나도 팔자" 오피스텔 급매 쌓이는데...미분양 파악도 '깜깜'

<시장 어느정도인가>

수도권 외곽 중심 손절매 쏟아져도 거래 실종

올 입주 앞둔 물량 4.8만실...소형주택시장 위협

분양방법 등 제한 없어 쌓인 물량 가늠도 안돼

선제적 시장 점검·리스크 관리로 피해 줄여야



‘무피, 마이너스 700(만원), 전세가 수준 초급매, 마이너스 700, 개인 사정상 급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일대 오피스텔 분양권 거래 사이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매물 소개다. ‘무피’란 분양가에 단 한 푼의 웃돈도 붙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분양가보다 수백만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도 적지 않다.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나가겠다는 기존 분양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넘쳐나는 매물에 손절매라도=서울을 벗어난 오피스텔 거래시장은 예상외로 심각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가 지은 물량은 이름값 때문에 버티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오피스텔들은 미분양에 분양권 매물까지 쏟아져나오면서 손절매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된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의 택지지구들이다. 여기에 서울 마곡지구와 경기 광명시 KTX 광명역세권 등 상대적으로 입지가 뛰어난 곳조차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 일대는 오피스텔 거래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동탄2신도시에서 건립 중인 오피스텔은 2,000실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량이 넘치는 탓에 이 일대 중개업소들에 나온 오피스텔 매물 상당수에는 ‘급매’ 딱지가 붙어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값도 마이너스인데다 임차인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생각에 계약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광명역세권 일대 오피스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매도 호가는 분양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거래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마곡지구 일대에서도 크고 작은 오피스텔 분양권 매물이 차곡차곡 쌓인 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강남권 오피스텔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역 상권에 내년 초 입주를 목표로 건립 중인 K오피스텔 전용 21㎡의 경우 2억7,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분양가에 단 한 푼의 웃돈도 붙지 않은 금액인데다 ‘가격 절충 가능’이라는 단서까지 붙어 있다. 다른 강남권 오피스텔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웃돈이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분양권 매물이 수두룩하다.


◇넘치는 물량, 주택시장까지 위협하나=공급 과잉에 따른 매물 적체현상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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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오피스텔은 12만8,450실에 이른다. 면적으로는 838만㎡로 이 중 64%인 537만㎡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면적이 2,253만㎡인 것과 비교하면 무시하기 힘든 물량이다.

입주 역시 당분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장 올해만 해도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은 4만8,656실에 달한다. 지난해 입주물량 4만1,898실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내년은 더 심각하다. 올해 입주물량보다 30%나 급증한 6만3,234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에 입주하는 오피스텔 중 수도권 물량만 7만실이다.

오피스텔 공급 과잉이 기존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 하락, 공실률 증가는 물론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외곽지역에 너무 많은 오피스텔이 공급되면서 침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다가구주택 등 면적이 비슷한 소형 주택과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에 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만 늘면 그만? 아무도 모르는 재고=오피스텔 공급 과잉에는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부 정책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임에도 소형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바닥난방 허용범위 확대 등 구조적으로 주거 기능을 대폭 확대해준 것은 물론 지난 2010년에는 아예 ‘준주택’으로 지정, 사실상 주택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저리의 정부정책자금인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오피스텔·고시원 등 준주택에 지원된 국민주택기금은 총 2,172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사후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오피스텔 건립과 분양에는 아파트 등 주택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규모에 관계없이 분양가나 분양 방법 등에 제한이 없다. 이렇다 보니 현재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 미분양물량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중소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한 시장”이라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시장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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