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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라인’ 응답하라, 2005년 대한민국 ‘쩐(錢)의 전쟁’

그의 순수한 눈빛, 독보적인 미모에 속지 말 것. 겉보기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알고 보면 성씨조차 가짜인 ‘사기계의 샛별’ 민 대리이니. ‘원라인’(감독 양경모, 제작 ㈜미인픽쳐스 ㈜곽픽쳐스, 배급 NEW)은 이제 막 사기의 맛을 안 젊은 피 이민재(임시완)의 한바탕 ‘쩐의 전쟁’을 다룬다.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양경모 감독, 배우 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원라인’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사진=NEW 제공/사진=NEW 제공




신종범죄 ‘작업 대출’을 소재로 다룬 ‘원라인’은 무엇보다 케이퍼무비 특유의 미덕인 개별 캐릭터 구축에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주축 임시완부터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박종환, 왕지원, 박유환, 안세하, 조우진, 박형수, 김홍파 등이 각자의 개성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하며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범죄 영화 특성상 수많은 인물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분업을 충실히 이행해 그 합이 말미에 퍼즐처럼 맞아 들어갈 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 마련. ‘원라인’에는 사람 좋은 미소와 빠른 두뇌 회전으로 고객과 은행을 낚는 민 대리(임시완), ‘작업 대출’계의 잔뼈 굵은 실력자 장 과장, 개인정보의 달인 홍 대리(김선영), 민 대리의 행동파 건달 기태(박종환), 미모의 뇌섹녀 해선(왕지원), ‘한 땀 한 땀’ 수작업의 달인(박유환)이 신종 범죄 사기단 원라인을 결성, 저마다의 특기로 서민들 도와주기(?)에 열을 가한다.

여기에 야심가득 행동파 박 실장(박병은)과 S대 위조전문가 송 차장(이동휘), 열혈 형사(안세하), 비리 검사(조우진, 박형수) 등 주·조연 배우만 14명인 가운데, 이 수많은 역할마다 현실감을 부여한 특색을 입혀 기존 케이퍼무비 속 캐릭터들의 전형과 다소 차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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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미생’,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으로 접한 착한남자 임시완은 잠시 잊어도 좋다. ‘원라인’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한 ‘능글미’를 장착해 순진한 얼굴로 고객을 끌어 모으며 ‘작업 대출’에 천부적 재능을 보이는데, 맑은 눈망울로 검은 속내를 숨기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이 기함할 정도다. 그윽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또 다른 ‘능글미’를 보이는 진구는 작업의 베테랑답게 한편으론 예리한 카리스마로 아우라를 발산한다. 두 배우 모두 대체인물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의 장기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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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중 가장 큰 수혜자는 박병은과 박종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암살’에서 카와구치 역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병은은 이번 영화에서 돈과 명예욕을 숨기지 않는 야망가이자 냉혈한인 박 실장 역으로 날선 인물을 연기해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독보적인 활약을 한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서늘한 기운을 자아내 악인의 정점을 찍는다. 지난해 ‘양치기들’로 범죄스릴러극의 주연으로 활약했던 박종환은 과거 건달에서 민 대리의 행동파로 나선 기태 역을 맡아 임시완과 예상치 못한 브로맨스로 ‘꿀 케미’를 선보인다. 의리 하나 끝내주는 사나이인 그가 가볍게 내뱉는 대사들이 ‘웃음 폭격기’가 되기도 한다. 강한 내공의 신스틸러 이동휘, 김선영, 안세하, 조우진의 활약 역시 ‘원라인’에서도 능숙하게 통한다. 이들의 현실연기가 곧 신스틸이요, 관객들의 심(心)스틸 노릇까지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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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일출’(2015)로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양경모 감독은 ‘원라인’으로 첫 장편에 데뷔함에도 이 같은 배우들의 영리한 활용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완성시킬 줄 아는 능력을 펼쳤다. 재미와 경쾌함의 이면으로 양 감독은 ‘원라인’을 통해 돈과 대출의 시스템이 갖고 있는 부조리함과 아이러니함을 메시지로 강조했다.

이는 시대적 배경을 만 원짜리 신권 발행과 함께 화폐개혁이 이뤄지는 2005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양 감독의 “2005년 무렵은 많은 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기다. 그러면서 생겨난 용어로 ‘원라인’(작업 대출)이라는 게 있더라. 그 시기를 설정했다. 구권에서 신권으로 바뀌는 시기였던 그 때 은행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폐 때문에 줄섰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는 말처럼 ‘원라인’은 대한민국의 돌고 도는 ‘쩐(錢)의 전쟁’을 통찰한 작품이다. 29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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