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외국과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에 관한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이 체결한 각종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언급해왔지만 행정명령 발동을 통해 이를 공식화한다는 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재검토 대상 협정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역협정 2개와 아시아·남미·중동 국가들과 체결한 양자 무역협정 12개 등 모두 14개의 전 협정이 포함된다. 한미 FTA 역시 국가 간 무역협정 중 하나로 재검토 대상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인한 협정 환경 변화와 함께 생산과 수출입 흐름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역협정 재검토는 미국 입장에서 더 유리한 무역 조건을 따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중에 밝힌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우선 재검토 대상은 멕시코·캐나다와 체결한 NAFTA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반(反)이민 행정명령 시행이 두 차례나 법원에서 저지되면서 행정명령은 실질적 의미보다 상징성을 더 띠게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행정명령은 변화의 출발로 그만큼 강력한 의지의 표현을 상징한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그간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다는 의미도 담기게 된다. 앞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할 때도 TPP 폐기에 관한 행정명령을 내리며 이를 발효한 바 있다.
다만 백악관의 이런 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미 체결한 무역협정의 조건이나 내용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미국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이 밖에도 정부 내 외국산 제품 구매를 제한하고 미국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별도의 행정명령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상품 구매, 미국인 고용’ 계획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미 정부의 조달 절차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해 공공 조달 입찰에서 외국 기업의 참여를 줄이거나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조달 물량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