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불지핀 골드만삭스

'현대차=지주사 전환 가능성" 보고서에

헤지펀드 엘리엇, 현대차 주식 매입설도

시장 민감...현대차선 "서두를 이유 없다"





골드만삭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삼성에 비해 지배구조 개편이 더딘 편이었던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경제민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경영권 승계 리스크를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존 전망과 달리 현대차가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21일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을 공격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진다 : 엄청난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모비스 6.96%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지닌 지주회사 격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23.3%)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을 팔아 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에 최근 들어 지주회사 전환설이 급부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모비스가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 부문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에서도 오너 지분이 많은 모비스가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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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골드만삭스는 현대모비스가 아닌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기업이 될 것이라는 이례적 분석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배주주가 이를 지주회사로 변환할 인센티브가 높고 재무적 여력이 크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내에서 브랜드 로열티를 수취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서 현대차를 유력한 지주사 후보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17일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로부터 그룹 브랜드 사용료로 139억원을 수령한다고 공시했다. 브랜드 로열티는 지주사의 대표적 사업 중 하나다. 브랜드 로열티 규모가 소액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수면 아래에 있었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고 있지만 지분율이 여전히 낮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간 합병 이후 계열사 간 합병도 잠잠하다. 하지만 순환출자 금지,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속속 국회에 제출돼 통과를 앞두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2월 초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보호예수가 해제된 것도 지배구조 개편론에 힘을 실었다. 글로비스의 보호예수 해제로 대주주가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수 있는 재정적 유연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신승준 골드만삭스 한국법인 리서치본부장은 “재벌 개혁은 올 한 해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며 “특히 순환출자 금지 법안은 3월 중 또는 대선 이후에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어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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