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 투표(4월23일)를 한달여 앞두고 실시된 첫 TV토론에서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진당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토론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은 수위를 다투는 극우파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앞선 것으로 집계돼 이번 TV토론을 계기로 네덜란드 총선에서 시작된 반극우 열풍이 기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TV채널 TF1로 생중계된 TV토론에서 마크롱은 “수십년간 문제를 풀지 못한 기존 정당이 아닌 내가 분열된 프랑스를 하나로 만들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르펜 후보를 향해 “프랑스를 둘로 나누는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르펜은 “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부총리가 아닌 프랑스 대통령을 원한다”며 “마크롱의 중도정책이 더 위험하다”고 반격했다.
토론 직후 BBC방송은 “명확한 승자와 패자는 없었지만 마크롱 후보가 가장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르펜에 대해서는 “당선에 필요한 지지율을 모으려면 공격적 어조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후보는 특히 이민·안보 이슈로 이어지는 이슬람교 여성들의 전신수영복 부르키니 착용 문제 등을 놓고 극렬하게 대립했다. 르펜이 “프랑스는 다문화주의를 버리고 불법이민을 근절해야 한다”고 부르키니 착용에 반대한 반면 마크롱은 “특정 종교가 프랑스의 전통 가치를 위협할 수는 없다”며 그의 주장이 억지라고 맞받았다.
이 밖에 브누아 아몽 집권 사회당 후보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보장제’ 공약을 강조했고 장뤼크 멜량숑 좌파당 후보는 다른 네 후보 모두와 대립각을 세우며 극렬 좌파로서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세비횡령 스캔들로 고전 중인 중도 우파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는 “안정감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토론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TV토론 직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르펜의 1차 투표 지지율이 25%에 머무르며 마크롱(25.5%)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관측됐다. 이들이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 마크롱은 63%, 르펜은 37%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고 이 기관은 예측했다. 프랑스 대선후보들은 다음달 4일과 20일 두 번 더 TV토론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