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용시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고 쉬는 청년 백수 수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알바나 일용직 등 질 나쁜 일자리만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요.
백수 자녀를 가진 노년층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노년층의 일자리 구하기 경쟁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금융증권부 정하니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청년 백수 이야기부터 해보죠.
그냥 쉰 청년. 그러니까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 인구가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통계청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특별한 이유 없이 쉬었다고 답변한 사람들을 ‘쉬었음’ 인구로 분류해 집계하는데요.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36만2,000명에 달해 4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년 전보다 1만1,600명이나 늘어난 건데요.
‘쉬었음’은 일할 능력이 있고 큰 병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경제활동인구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습니다.
청년층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이유를 한 두가지로 단순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최근 2년여간 계속된 높은 청년실업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구직에 번번이 실패해 좌절감을 맛본 청년들이 올해도 고용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일시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쉰 청년 백수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앵커]
일자리를 구하기 막막해지자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쉬는 청년들이 늘었다는 건데요. 올해 청년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도 청년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인데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올해 상반기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312개사 중 44.6%는 올 상반기 신입 채용 계획 자체가 없다고 밝혔고 22.1%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34.3% 만이 대졸 신규 공채를 진행한다고 밝힌 건데요. 10곳 중 3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들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 인원을 보면 총 8,465명으로 지난 상반기 9,286명에 비해 8.8%나 줄어들어 올해도 주요 대기업들의 신입 채용 전망은 밝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그러잖아도 취업하기가 참 어려운데 대기업들이 정규 채용 인원을 줄인다니까 취업준비 청년들의 고민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알바나 일용직 등 질 나쁜 일자리만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을 덜 뽑는 것도 문제지만 질 나쁜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알바나 일용직 등 단기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건데요.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단기취업자라고 하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이 단기취업자수가 지난달 4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1년 전보다 6.2%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단기 취업자 중 1주일에 17시간 이하 일을 하는 초단기 취업자수는 129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나 급증했습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나 일용직으로 추정되는데요.
단기 취업자들은 충분한 임금을 받는다고 보기 힘들고 초단기 근로자들은 사실상 실업자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죠.
[앵커]
그렇군요. 자녀들이 오랫동안 취업에 실패하면서 노년 부모들이 대신 일자리를 찾아 나오고 있지만 청년 만큼 노인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수 자녀를 둔 노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고용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요즘엔 경비원이나 일용직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711만명에 달하는 55년생부터 63년생의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기 시작하면서 노년층의 구직 경쟁도 격화되고 있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노인 실업률은 7.1%로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실업자 수도 1년 전보다 5만4,000명 증가한 27만3,000명을 기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구직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나이 든 60대 후반 노인의 일자리 빈곤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영상편집 이한얼]